<오프닝>
"과거 1970년 새마을운동당시
마을주민들은
도로개설과 확장을 위해
자신의 땅을 조금씩 행정에 기부채납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지적정리가 잘 안된 땅을 중심으로
이제는 내 땅이라며 소유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주민간 분쟁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카메라포커스는
도내 미불용지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남원읍 위미리
감귤 비닐하우스 촌을 가로지르는 농로.
길 양쪽으로 쇠기둥이 박혀있고,
굵은 쇠사슬이 처져있습니다.
쇠기둥 너머로는
시멘트로 포장됐던 길이 다 깨져 파헤쳐져있고,
반대편은 아예 돌을 쌓아 입구를 막았습니다.
<브릿지>
"농로로 쓰이던 이 길은
굳게 걸어잠긴 쇠사슬이 가로막으면서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이 길이 지나는 땅의 토지주가
몇 해전부터 재산권을 행사하며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평소 이 길을 이용하던 주민들은
다른 우회도로를 찾아 매번 빙 돌아가고 있는 상황.
<인터뷰 : 오길동 / 남원읍 위미리>
"차 돌리기가 불편해요. 저기를 텄으면 저쪽으로 돌렸다가 가고 할 건데. 남의 밭 통로잖아요. 남의 밭으로 꺾어서 나가야 해요."
아예 길이 사라져버린 곳도 있습니다.
농로 한복판에 자리잡은 커다란 석축.
이 역시 농로와 맞닿아 있는 밭 주인이
도로 일부가 자신의 소유인 점을 내세워
2년 전 높게 담을 쌓았습니다.
때문에 평소 주민이 오가던 길은
막다른 길이 되며
인적이 없는 버려진 길이 됐습니다.
<인터뷰 : 인근 주민>
"제가 이 동네 온지 한 20년 됐는데, 옛날부터 있던 길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 밭 조성하면서 길을 막아버렸어요. 자기네 밭이 길에 들어간다고."
그나마 우회도로가 있는 곳은 다행.
협재리 마을 안 길은
불과 몇 달전까지 커다란 돌에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사라졌던 주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토지주를
일반교통 방해죄로 고발했고,
법적다툼을 통해
막혔던 길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 김무준 / 한림읍 협재리>
"도로로 돼 있으니까 당연히 도로겠지 했는데 느닷없이 토지소유자가 와서 도로를 막았습니다. 그래서 그 고통을 한 7~8개월 엄청나게
-----수퍼체인지-----
겪었습니다. 이 주민들이."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해당 도로들이 모두 미불용지라는 점.
과거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지역주민들이 땅을 조금씩 내놓아
도로를 확장하고 길을 새로 뽑았지만
정작, 행정에서
지목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여전히 사유지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수 십년 시간이 흐를동안
토지주가 바뀌면서
지금은 자신이 정당한 값을 주고 산
땅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 양영휴 /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사 수석팀장>
최근 3년동안 급격한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해서 지적측량을 통해서 개인 소우권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토지주와 그 곳을 이용하고 있는
----수퍼체인지----
이해관계자들 간의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30여년 전 취락지구 개선사업으로 조성된 성읍리 문화마을.
마을을 관통하는 아스팔트 도로가
돌담으로 가로막혀있습니다.
<브릿지>
"돌담으로 가로막혀
차량의 통행은 물론,
사람의 통행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37년동안 도로로 사용되던 이 곳이
돌담으로 가로막힌 것은 불과 한 달 여전.
<싱크 : 홍복순 / 표선면 성읍리>
"차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고 불편하죠. 이렇게 대도로 막아버리니까."
<싱크 : 현번웅 / 표선면 성읍리>
"여기 동네 다 노인분들이 사는데 물건 사러가려면 이 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인터뷰 : 강희팔 / 표선면 성읍1리장>
"행정적으로 절차가 잘못돼서 행정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민사로 졌기 때문에. 일단 마을회에서 교통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고…,"
토지주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동안 자기 땅이 오랫동안 도로로 사용되긴 했지만
최근들어 주변 관광식당들과
주차, 쓰레기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며
길을 막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토지주>
"마음이 상하고, 너무 억울해요. 저 사람들한테 쓰레기 치워달라고
해도 '뭐 말이냐'고 안 치우고. 너무 건방지지 않아요?
----수퍼체인지-----
'아이고 우리가 하려다가 못했습니다' 하면서 말이라도 좋게 하면
이해하겠지만."
물론, 이웃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권리행사를 미뤄두고
양보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몇 해전 구좌읍 평대리 모처에
땅을 사들인 김동흡 씨.
건물 신축을 위해 측량을 해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들인 땅 옆으로 도로 일부가 자신의
땅이었던 겁니다.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이웃들을 위해 도로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인터뷰 : 김동흡 / 구좌읍 평대리>
"어차피 제가 이제는 현지 주민이고, 이전부터 동네 주민들이 길을 넓힐 때 동네주민들이 한 평씩 땅을 같이 할애를 한 부분이라서 지금와서
-----수퍼체인지-----
저희가 되찾는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고요."
현재 제주도내 미불용지는
9만1천여 필지가 넘습니다.
아직 갈등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언제든 토지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한다면
이웃간 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행정에서 미불용지를 전부 사들여야 하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뷰 : 부대권 / 제주도 도로시설담당>
"9만1천여 필지,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1조2천400억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년에는 많은 예산을 확보해서 최대한 보상해 나가도록…
<인터뷰 : 최현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과거에는 정당성·도덕성의 문제가 더 중요했던 건데. 현재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도덕성보다는 법적인 소유권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니까…"
<클로징>
"과거 함께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하던 사회가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이 무시돼서는 안 되고
때론, 개인의 권리가 더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들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도 있습니다.
다만,
함께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개인들이 어떻게 함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