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씽크 이우철 / 제주도 농축식품국장(지난 10일) ]
"최근 양돈농가에 대한 도민 정서 등을 반영해서 방역 전문가회의 및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건부 반입 금지 조치 해제를 결정하였습니다."
[이팩트 페이진 턴]
[오프닝 이정훈기자 ]
"제주 양돈산업이 FTA이후 최대 격변기를 맞게됐습니다.
다른지방에서 생산된 생 돼지고기 반입이 15년 만에 허용됐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사실상 독점해 온 안방을 내줄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양돈 농가들은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양돈농가의 잇따른 축산분뇨 무단 배출로
전 도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주 카메라포커스는 보호막이 사라지고
본격 경쟁시대에 들어선 제주 양돈 업계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올바른 행정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이팩트 페이진 턴]
돼지 2만여 마리를 키우는 김태우씨.
대를 이어 농장을 경영하는 그에게도
돼지 분뇨 처리와 악취는 늘 고민 거리입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이 같은 골칫거리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냄새없는 양돈장으로 불릴 만큼 분뇨처리에선 모범 농장으로 꼽힙니다.
질 좋은 사료에 소화 효소를 첨가해
돼지 배설물에서 나는 냄새를 줄이고,
밀폐식 처리 시설로 분뇨를 완전 발효시키면서 가능했습니다
자체 분뇨 처리 시설을 갖추는데만 50억원을 쏟을 만큼
냄새 저감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양돈장 곳곳에 각종 정원수를 심어
‘더럽고 냄새 난다'는 주민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이같은 투자가 가져온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악취로 인한 주민 갈등이 크게 줄어 들고 생산성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양돈장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 MSY,
즉 어미돼지 한 마리가 연간 생산하는 돼지는 23마리로 전국평균 20두를 훨씬 넘습니다.
[인터뷰 김태우 / 양돈 농가 ]
"생산성을 올리려면 질병을 근절해야 되거든요. 육지부도 마찬가지로
MSY(연간출하마릿수)는 안좋아요 17두 밖에 안될 것 같아요. 일본도 20두가 넘는데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질병이란 말이에요."
이 같은 높은 경쟁력으로 다른지역산 돼지고기가
반입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제주 양돈농가의 사정은 크게 다릅니다.
cg-in
한돈협회 조사결과 제주지역 양돈농가의 msy,
즉 모돈 돼지 출하량은 평균 19마리로 전국 평균을 밑돌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g-out
다른 지역보다 돼지 생산량이 낮은 데는
열악한 사육 환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축 전염병 ‘청정’ 제주라는 구호와는 달리
제주지역의 돼지 전염병 발병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cg-in
돼지에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갓 태어난 새끼 돼지의 50% 이상을
폐사시키는 가축전염병인 ped,
지난해 이 전염병이 발생한 전국 86군데 양돈장 가운데
제주지역 양돈장은 43군데로 절반을 차지합니다.
법정 1종 바이러스성 질병인 돼지콜레라
역시 지난 2014년 제주에서 롬주항체가 검출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만 32건이 검출됐습니다.
cg-out
지난 15년간 다른지방 돼지고기 반입 금지라는
보호 속에 성장해 온 양돈농가들이
낙후된 위생시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봉훈 / 제주도 축산진흥원장 ]
"제주도가 전국에 비해 MSY(연간출하마릿수)가 낮은 이유는
종돈 능력이 미치는 영향보다는 농가에서 질병 예를 들어
돼지 유행성 설사병(PED), 백신주(롬주), PRS, 그리고
밀사로 인한 (열악한) 사육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 양돈농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책임에서
제주축산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최근 축산분뇨 무단 배출 사태에서 알 수 있듯
행정지도나 감시체계는 허술했습니다.
급증하는 축산 분뇨에 대비해 공공처리 시설을 확충하보다는
미생물 발효제 구입 등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인터뷰 김태우 / 양돈 농가 ]
"생산성이 높아지면 축분뇨 처리시설이 필요하겠죠. MSY성적이 올라가면 돼지 두수는 당연히 올라가는데 (분뇨)처리는 어떻게 할지 답이 없어요."
지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정책을 결정하면서
사전 준비와 분석은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살아있는 돼지는 물론 도축된 고기를 통해서도 가축 전염병이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학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cg-in
이 때문에 그동안 제주도 조례에서도 다른지방산 살아있는 돼지는 물론
생고기와 정액 등의 반입을 일체 금지해왔습니다.
cg-out
[인터뷰 류연철 /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동물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면 고기는 방역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요. 고기로도 (전염병) 전파가 돼서 지금까지 막고 있었던 거고.."
이번에 국내산 돼지고기 반입 허용으로
가축전염병 유입 가능성은 커졌지만
이와 관련한 백신 등은 전염병 청정지역이란 구호에 막혀
여전히 빠졌습니다.
[인터뷰 류연철 /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방역 관련된 거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지금도 인력이 많이 부족해서 (단속을) 잘 이행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실행하겠다는 것만으로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없어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를 위한 반입 결정이라고
명분을 내세우면서
지난 15년간 양돈업계만을 위해
도민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 버렸습니다.
또 이번 정책이 값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란
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돼지고기 가격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에 대한
시장 분석은 제시돼지 않았습니다.
제주 양돈산업 연간 조수입은 4천억.
여기에 돼지 육가공, 유통, 고깃집 등 축산물 관련 업체만
천여군데에 달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클로징 이정훈기자]
"15년 전 국내산 돼지고기 반입 금지 조치는
제주 양돈 산업을 전국 최고 위상에 올려놨지만
도민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정책이었습니다. .
이번에 국내산 돼지고 반입 허용이라는 결정이
축산분뇨 무단 배출 등
제주 양돈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기 보다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는 꼼수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포커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