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밀집사육 '기로'…"이젠 동물복지"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7.11.02 09:33

<오프닝>
"제주 지역경제에서
축산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도민을 공분케 한
양돈분뇨 무단투기나 악취 등이
고질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인데요.

지역 갈등을 넘어 현안으로 여겨지는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축산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짚어봅니다."

어미돼지가 비좁은 축사에 누운 채 숨만 헐떡입니다.

새끼들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어미 젖을 빱니다.

양돈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장식 밀집 사육의 모습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육하는 건 돼지만이 아닙니다.

어두컴컴한 창고 내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멈추질 않습니다.

고기를 얻는 용도로 길러지는 개, 이른바 육견입니다.

겨우 다리를 뻗을 만한 낮고 좁은 축사 안에서
주인을 보고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듭니다.

< 개 사육장 관계자 >
(주인을 알아봅니까?) 네 그렇죠.

달걀을 얻는 산란계 농장에도
공장식 사육 방식이 적용된 지 오래입니다.

A4 용지보다 좁은 0.05 제곱미터 닭장에
닭 6마리가 담겨
하루에 한 개꼴로 알을 낳고 있습니다.

<브릿지>
"이처럼 대부분 축산농가에서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 키우는
밀식사육 방식을 쓰고 있는데,
생산성이 높아지는 대신,
그로 인한 문제도 낳고 있습니다."

양돈장에서는 처리량보다 많은 분뇨가 발생해
처리난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로 인한 악취는 민원 단골메뉴입니다.


실제 축산과학원이
사육 면적과 악취 관계를 조사한 결과
돼지 한마리당 주어지는 공간이 좁을수록
냄새물질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산란계 농장에서도
배출된 분뇨를 한꺼번에 모아 발효 처리하다보니
주변에서 악취가 잠잠할 날이 없습니다.

가축 간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질병이 유입되면 빠른 속도로 번질 수 있어
전염병에 취약한 점도 문제입니다.

< 강태영 / 제주대 수의과 교수 >
스트레스 받은 동물을 사람이 먹게 되면 여러가지 스트레스 인자에 의해서 사람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밀집사육을 할 수 밖에 없는
농장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 양돈 농가 >
단위당 시설비나 여러가지 감가상각, 회전율을 보면 (돼지를)
채워서 키워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산란계 농가 >
따지고 보면 일 효율성이죠. 1시간 해야될 일을 10시간씩이나
(달걀을) 줏으러 다닐 수도 없는거고...

그렇다고 모든 농가가 이런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축산시설이 몰려 있는 한림읍 명월리는
'악취없는 마을'을 내걸고
가축들이 마시는 물에 특수한 성분을 섞어
자체적으로 악취저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 정병익 / 양돈농가 >
측정을 하고 갔는데 암모니아 가스가 많이 줄어들고 돼지들의 활력이 좋고 폐사율도 많이 줄어 들었어요.

< 홍병표 / 한림읍 명월리장 >
비교하니까 먹인 데는 효과가 좋아서 사업을 마을 전체로 확대해보자 해서 업체와 같이 협약해서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육견처럼 제도권 밖에 있는 농장은
행정 차원에서 관리하기 어렵고
농가 자체 노력으로도
분뇨 처리나 악취 문제를 잡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브릿지>
"이런 문제를 줄이면서
축산업을 이어갈 수 있는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동물복지라는 개념인데,
제주에서도 일부 농장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가축이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편안한 삶을 유지시켜준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시행됐습니다.

< 문운경 /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 >
동물을 배려하는 시설, 환경을 갖추면 면역성과 항병력이 좋아지면서
질병 관리도 철저히 이뤄지고....

맑은 가을하늘 아래
젖소들이 초원을 질주하고 풀을 뜯어 먹으며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합니다.

일반적인 젖소 농장이
풀과 사료를 섞어 먹이는 것과 다르게
온전히 풀만 먹이며 사육하고 있습니다.

< 이석환 / 동물복지 젖소 농장 대표 >
양질의 우유는 (오메가) 3와 (오메가) 6이 1대1 비율이 제일 좋은데 품질연구원에 의뢰해서 검사한 결과 1.13대 1이 나오고 있습니다.

좁은 닭장 대신 넓은 축사 안에서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 다닙니다.

400제곱미터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은 3천마리로
일반 농장의 20% 수준입니다.

< 고길완 /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대표 >
닭이 질병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좋은 달걀을 생산해서
좋은 가격으로 출하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전국에 140여 곳.

제주에는 산란계 농가 2곳과 젖소 농장 1곳에 불과합니다.

면적당 사육두수가 제한돼
생산성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다
일반 축산물보다 비싸게 판매되다 보니
판로 확보가 어려운 점도 과제입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축산 패러다임을 밀집사육에서
동물복지형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 강태영 / 제주대 수의과 교수 >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해관계에 있어서 고민하고 해결점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제주산 축산물.

<클로징>
"제주 축산업이 지난해 거둬들인 조수입은
9천 300억 여원으로
1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농장이 경제논리를 좇아
공장식 축산 방식을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도 첫 발을 뗀 동물복지가
제주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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