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7.12.07 08:27

<오프닝>
"대구와 여수전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큰 재산피해를 남긴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카메라포커스는 당시
제주지역 전통시장 화재 대비가
일부 미흡하다고 지적했었는데,
과연 지금은 개선됐을까요?"

새벽 2시쯤, 시장 한구석 점포에서 시작된 불길.

순식간에 점포 800여 개를 집어 삼켰습니다.

점포와 점포 간 거리가 가까운 전통시장 특성 때문에
불이 빠르게 번지며 재산피해를 키웠습니다.

도내 최대규모 전통시장인 제주동문시장.

마찬가지로 점포와 점포 사이에 틈이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천장이나 벽면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로 돼 있고
대부분 점포에서
전기와 가스 시설을 쓰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수십년에 걸쳐 지금의 시장 구조가 자리잡았는데,
화재 대비는 잘 하고 있는지
소방서와 함께 점검해보겠습니다."

한 점포에 들어가 소화기가 있는지 묻자
구석진 곳으로 안내합니다.

어렵게 찾아낸 소화기는
잔뜩 녹이 슬어 교체 대상입니다.

< 고민호 / 제주소방서 소방특별조사팀장 >
너무 부식돼서 (부식되면 다 바꿔야 돼요?) 네, 이것 같은 경우는 교체해야 합니다.

화재 상황을 전파하는 발신기 단자 역시 녹슬어
전류가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신속하게 불을 끄기 위한 소화전은
각종 채소로 가려져 있습니다.

< 동문시장 상인 >
(이러면 문을 못 열잖아요.) 문 못 열면 열어주지 내가. 차는 거기 세워도 아무 소리 안 하더니 이렇게 문 열면 되잖아.

닷새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도 점검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잔뜩 쌓아놓은 물건이
소화기를 가로 막았습니다.

추위를 녹이려 피워 놓은 난방기구 주변으로
비닐과 옷가지가 놓여 있지만
상인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 한금성 / 오일장 상인 >
(관리) 안될 수가 있지. 급하게 할 때도 있지만 안전하게 조심하니까...

가스통은 고정 장치 없이 화덕 옆에 놓인 채
쓰레기통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흔들거리다가 넘어질 경우
가스 누출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상인들의 경각심은 크지 않습니다. .

< 오일장 상인 >
벽에다 어디 기댈 데가 없으니까 여기는. 쇠사슬로 묶어놓으면 되잖아요.

동부지역에 열리는 다른 오일장.

플러그를 임의대로 잘라서 연결한 부위가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전통시장 화재 가운데
전기적 요인이 절반 가까이로 가장 많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합니다.


< 오일장 상인 >
(플러그 앞 부분이) 찌그러지다 보니까 사다가 그것만 교체했거든요.

< 박만진 / 한국전기안전공사 점검부장 >
나중에 열이 발생할 수 있어요. 사용 중에 피복이 열화되면 여기서 화재나 타는 경우가 있어요.

시장 주변이 인화물질로 가득한데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장이 서지 않는 오일장의 상황은 어떨까.

<스탠드업>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에
열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소화전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역시나 자물쇠가 녹슬어 있어
화재가 났을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소화전은 가판대로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전자제품을 꽂아둔 채 방치한 콘센트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스탠드업>
"이런 문어발식 콘센트 바로 옆에는
불에 붙기 쉬운 천막이 있어서
화재가 나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주도가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종합 안전등급을 매긴 결과
소방시설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관리상태가 일부 부실한 곳이 대다수입니다.

안전도가 우수한 A 등급은 딱 한 곳에 불과합니다.


< 임채현 / 제주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제주도는 습도가 높아서 누전 등 전기적 화재 요인도 크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다른지역보다 전통시장 화재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재 안전도가 충분하지 않지만
소방시설 보완은 더디기만 합니다.

도내 28개 전통시장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6군데로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12곳은 화재가 발생해도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소화기나
소화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김영호 / 소방기술사 >
(전통시장에는) 일반 건축물에 준하는 소방시설을 하지 않습니다. 화재가 났을 때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법적인 형태로 문제가

///
되는 건 아니지만 안전성 측면에서 봤을 때 예산을 잘 분배해서...

전통시장은 골목마다 물건이 쌓여 있고
통로가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울이나 울산 등지에는
전통시장에 적합한 소형소방차가 도입돼 있지만
제주에는 한 대도 없습니다.

< 공하성 /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다른 시도처럼 소형소방차를 도입해서 전통시장 같은 좁은 골목에 신속히 투입해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화재 위험은 여전한데
개선은 더디기만 한 제주 전통시장.

<클로징>
"제주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전통시장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화재 대비에 소홀했다가는
큰 화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에 대한 최고의 투자는 바로 안전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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