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공연 없는 야외공연장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8.08.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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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제주에는
문화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야외공연장이
곳곳에 조성돼 있습니다.

문화공연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인데
과연 그에 맞게 활용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운동장 한켠에 자리잡은
하얀색 지붕 건물.

6억 7천만 원 넘는 예산을 들여
5백명 규모 관람석과 무대시설을 갖춘
야외공연장입니다.

지난 2012년 준공된 이후 올해로 6년,
공연장 내부는 어떨까.

관람석 조명이 떨어져 산산조각났고
무대 바닥은 힘 없이 바스라집니다.

의자에는 먼지와 조류 분비물이
잔뜩 눌러앉아 잘 닦이지도 않습니다.

술병과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도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공연장 구석에는
예전에 쓴 것으로 보이는 현수막이 버려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행사 년도가 2015년입니다.

이 공연장이 그만큼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시내 도심지에 있는 야외공연장도
살펴봤습니다.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전기가 잘 들어오고 보존 상태도 양호합니다.

그러나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은 작아진 지 오래고,
인근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으로 변질됐다는
목격담까지 들립니다.

< 공원 관리자 >
올 2월부터 근무하고 있는데 공연하는 거는 한 번도 안 봤어요.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인지 아침에 오면 술병, 과자봉지, 쓰레기가 난장판이에요.

정부 사업으로 조성된 야외공연장도
제 기능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제주외항 방파제.

한 켠에는 무대와 관람석을 갖춘
어엿한 야외공연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벤치와 기둥에는 녹이 슬어 있고
관람석은 나무 판자가 튀어 나와 있습니다.

<스탠드업>
"이 야외공연장은 지난 2011년 조성돼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는데
지금까지 공연이 열린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공연이나 행사에 대한 수요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연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 제주도 관계자 >
제주외항 개발하면서 공원, 녹지공간 등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산책로 겸해서 만든거지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추운데 누가 오겠습니까.

야외공연장 시설물을 보완해 놓고
활용하지 않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서귀포시 법환포구에 조성된 야외공연장.

나무 데크가 깔린 무대와 철재 기둥이
제법 반듯한 공연장 모습을 갖췄습니다.

<스탠드업>
"이 공연장은 몇년 전
조명과 음향시설을 메달 수 있는
지지대까지 설치했는데
활용 실적은 극히 미미합니다."

< 강장탁 / 법환포구 주변 상인 >
5~6회? 1년에 5~6회 정도 활용했을 거예요 아마. 시설해놓은 건 좋았는데 철골로 해놓으니까 흉물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지난 2015년
문화역사 공연사업을 명목으로 투입한
예산 5천 600만 원이 낭비된 셈입니다.

< 강정택 / 서귀포시 법환동 마을회장 >
공연, 축제를 기획해서 할 여유 자금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마을 여유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서 수익을 낸 다음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기존에 있는 야외공연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공연장 규모를 더 키우는 곳도 있습니다.

제주시민복지타운 야외공연장에
각종 자재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약 1억 원을 들여
무대 규모를 넓히고
비가림 시설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 2011년 조성돼
공연장이 노후됐다는 설명 뿐,
증축 필요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제주시 관계자 >
시장 연두방문했을 때 건의사항이 올라와서 반영하고, 오래되다 보니까 보수할 겸 (증축하는 것입니다.)

아예 야외공연장을 새로 짓는 공사도 한창입니다.

애월읍 고내리 레포츠공원 부지 한켠에
하얀 줄로 경계를 쳐놓았습니다.

이달 안에 6천여 제곱미터 규모로
야외공연장을 짓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스탠드업>
"이곳에는 사업비 7억 7천만 원을 들여
공연장이 조성될 예정인데,

시 외곽에 위치한 데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도 쉽지 않아
제대로 활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모든 야외공연장들이 활용방안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한바탕 신명나는 밴드공연이 펼쳐지고
현직 해녀들은 구성진 노래가락을 선보입니다.

안덕면 대평포구에 있는 이 공연장은
이주민과 토박이 주민이 힘을 모은 결과
마을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 고진영 / 대평리 새마을지도자 >
해상에서 공연했었는데 공연시간이 밤이고 조명도 어둡다 보니까 육상에 올라와서 공연을 해보자.

< 김응용 / 대평리 공연기획 담당 >
해녀들의 역동성을 올해는 덜 담아냈던 것 같아서 내년부터는 역동적인 점을 가미해서 퍼포먼스도 같이 할 계획입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처럼 야외공연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문화공연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 현행복 /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 원장 >
지금 당장은 이용이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이용되고 동기부여가 돼서 마을주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할 수 있는

///
긍정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야외공연장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 좌광일 /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활용도와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곳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통폐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로징>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이고도
정작 활용실적은 미미해
외면받고 있는 야외공연장들.

결국 어떻게 쓰임새 있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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