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재선충병 피해지…지금은?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8.10.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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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212만 여 그루.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잘려나간 나무들입니다.

막대한 수의 소나무가 잘려나간 곳에는
다른 나무를 대신 심는 대체 조림 사업이 시행됐습니다.

그로부터 4년 여가 지난 지금,
대체 조림지는 어떤 모습일지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건 2013년.

이듬해인 2014년 3월,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을 베어낸 애월읍 하가리에서
나무심기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당시 도지사까지 참석해
편백과 매실나무 1천 30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4년이 지나고 다시 찾은 현장.

당시 심었던 나무들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물탱크가 대신 들어섰습니다.

물탱크 주변으로 나무 몇 그루만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015년,
제주도 주관으로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던 애월읍 광령리.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공무원과 지역주민들까지 나서 땀을 흘렸습니다.

<스탠드업>
"3년 반 전에 왕벚나무 천 그루를 심은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자란 나무를 찾아볼 수 없고
대신 거대한 돌담이 생겼습니다."

마을회 차원에서 충혼비와 위령비를 옮겨 공원을 조성하면서
대체 조림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광령리 주민 >
저도 그때 같이 심었어요. 한 두 그루가 아닌데. 그러면 제주도 세금이 엄청 새어나가는 거잖아요.

비교적 최근 나무를 심은 곳도 찾아가 봤습니다.

지난 3월 애월읍 어음리 임야에
새로 심은 황칠나무는 500여 그루.

심은 지 반년 정도 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나무가 아예 사라지거나
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나무심기 행사가 열린
대체 조림지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
개인 사유지는 어떨까.

<스탠드업>
"소나무재선충병이 제주 전역에 번지면서
사유지에도 대체 조림이 실시됐는데요,

그렇다면 사유지 상황은 어떤지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주시 지원을 받아
동백나무 250여 그루를 대체 수종으로 심었다는 오등동 임야.

온갖 잡초며 수풀이 우거져 있어 진입조차 쉽지 않습니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동백나무는 단 한 그루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정상배 / 제주자연학교장 >
동백 250그루를 식재했다고 자료에는 돼 있는데 흔적도 전혀 없는 상태고 풀이 덮여 있어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대체 수종으로 편백과 감나무 등
150여 그루를 대신 심었다는 또 다른 임야에는
몇 그루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 대체 조림지 주민 >
심어 놨는데 다음해에 재선충이 또 걸린 거예요. 자꾸 장비가 왔다갔다 하면서 깔려 죽고...(몇 그루 남아 있어요?) 글쎄, 한 40그루 정도?

공유지, 사유지를 떠나
대체 조림지가 관리되지 않고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수종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소나무가 있던 곳에 맞지 않는 수종으로 대체하면서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 송관필 / 제주생물자원 대표 >
지역 특색에 맞는 식물을 심어줘야 적응도가 빠를텐데 기후나 토양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식재로 여겨지는 것들이 보입니다.

부실하기만 한 행정의 관리도
대체 조림지에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붉게 고사한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밑동이 날카롭게 베어 나갔습니다.

주변 풀베기를 하면서 잘린 것으로 보이는데
꼼꼼하지 못한 조림지 관리가
오히려 훼손을 부르고 있습니다."

고민 없이 선택한 대체 수종에다 관리도 안되는 숲에
제 기능을 기대하기란 무리입니다.

< 정상배 / 제주자연학교장 >
토지 소유자의 목적에 맞게 대체 조림됐기 때문에 제대로 맞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봅니다. 조림된 수종들이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정확히 평가해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귀포시 색달동에 조성된 대체 조림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스탠드업>
"외부와 차단된 채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있어서
묘목이었던 황칠나무가
어느 새 성인 키보다 훨씬 높이 자라났습니다."

< 강두방 / 서귀포산림조합 영림단 >
매해마다 풀 깎기도 하고 관리하고 있어요. 이 망은 노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친 것이고요.

제주도는 수종 선택의 오류를 시인하면서
대체 조림 사업에 대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 강인보 / 제주도 산지경영담당 >
앞으로는 대체 조림할 수 있는 면적이 점차 줄어들어서 거의 없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나무 조림이나 재해 방지 측면으로

지난 4년 동안 재선충병 피해지에
대체 조림한 면적은 670여 헥타르,
심은 나무는 44만 2천여 그루.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60억 원을 넘습니다.

<클로징>
"소나무재선충병이
막을 수 없는 자연 재해였다면
그 뒤에 이어진 대체 조림 사업은
행정 기관의 산림 정책이었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는
대체 조림 사업을 바로잡는 일도
산림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카메라 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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