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범죄예방 설계 관리 엉망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18.11.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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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한 마을 건물에 깨진 유리창을 방치했더니
사람들은 이곳에 쓰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은 쓰레기 더미로 바뀌었고
결국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범지역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 있던 낙서를 지우고, 깨끗하고 밝게 관리하자
범죄율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범죄예방 도시디자인을
셉테드라고 합니다.

제주에서도 얼마전 도입했습니다.

주변 환경을 밝게 만들어서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조성하겠다는 건데요.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봤습니다.

제주시 삼도동 방삿길.
셉테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곳곳에 CCTV가 설치되고
가로등이 교체됐습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곳곳이 허점 투성입니다.

<브릿지 (안심벨)>
"이곳은 여성들이 위험한 순간에 누를 수 있도록 안심 비상벨이 마련된 곳인데요.
하지만, 비상벨이 쓰레기통에 가려져 있고, 버튼 대신 점검중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습니다."

인근에 설치된 또다른 안심벨.
<현장음: 여보세요. 지금 연결된 건가요? 여보세요.>




위급한 상황에 여성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주변 업소를 이용해 지킴이 집도 지정했습니다.

한곳은 폐업했고, 나머지 두곳은 지킴이집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릅니다.

<씽크 : 지킴이집>
"(사장님 전혀 모르시는 거예요?) 네, 저는 몰라요."

<씽크 : 지킴이집>
"그런 개념을 모르겠어요. 여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지킴이집이라고요? 어딘지 모르겠어요. 다 술집들인데…."

<씽크 : 지킴이집>
"(지정돼 있다고 해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긴 호스텔인데 숙박업소…."

<현장음 : 닫혀있어요>


<씽크 : 담당 공무원>
"이게 마을에서 장소만 지정해서 제가 (지킴이집 장소) 추적해서 여쭤보니까 2-3년 운영하다가 실제로 지금은 운영이 안 되고 있대요."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안전길의 존재조차 알지 못합니다.

<인터뷰 : 주민>
모르겠어요. 전 들어보지도 않았는데….

<인터뷰 : 주민>
"여기 계속 살았는데 어떤 길이 안심길이에요?"

<인터뷰 : 주민>
"어디 있는지도 잘 몰라요. 솔직하게…."

제주도내 셉티드 구역으로 지정된 6곳을 모두 둘러봤습니다.

가는 곳마다 상태가 엉망입니다.

바닥에 그려진 형광 페인트는 흔적만 남아있고,
거리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습니다.

CCTV는 점검중이고 주변 벽화는 지워지거나 훼손돼 버렸습니다.

<브릿지 (공원)>
"이곳은 셉테드 사업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공원입니다.
과연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직접 둘러보겠습니다."

설치된지 3년밖에 안됐는데 벌써 곳곳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곳 벽화 역시 모두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 손경숙/서귀포시 정방동>
"아까워요. 이거 돈 들어가지고 관리도 안 되고…. 저기 정자에는 학생들이 밤에 술 마시는 거 여러 번 봤어요."


긴급 안전벨 버튼은 엉뚱하게도 반대편 낭떠러지 쪽에 설치돼 있습니다.

적절한 심의를 거쳐 설계가 된 건지 의심스러운 곳도 있습니다.

<브릿지>
"이곳은 여성가족부에서 조성한 또다른 안심길입니다.

도로 양옆에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안심하고 다니기는 어려워보이는데요.

문제는 이같은 도로가 조성이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서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인데
관리가 안되다보니 예전의 우범지역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 경찰에서 지정한 60여개의 여성 안심길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한해 평균 900여 건 정도로 발생 빈도가 점점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밤영상10초

어둠이 짙게 내린 마을 안심길 곳곳에 가로등이 꺼져 있습니다.

시민들은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인터뷰 :현춘자/제주시 삼도동 >
저쪽은 너무 깜깜해요. 가로등 불빛이 나가서…. 가로등 달아서 환하면 좋을 텐데 무섭지도 않고…."


<인터뷰 : 박의진/제주시 삼도동>
"개 산책시킬 때마다 여기 다니는데 이런 가로등 없는 골목골목은 어두워서 잘 안 보여서 무서워요."


편의점 앞에는 취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주변에는 술병들이 널려 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도로. 길을 안내해줄 야광페인트는 색이 바랬습니다.

<브릿지 (적외선)>
"이곳은 셉테드 구역 내에 있는 한 골목길입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만큼 깜깜한데요.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주위를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셉테드 구역 곳곳의 대형폐기물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주변에서 비행청소년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가 셉테드 마을길을 조성하기 위해 들인 예산은 15억.

유지보수비로만 한해 2천 200만 원이 넘는 추가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과연 그만큼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인터뷰 : 표창원/국회의원>
"여성 안심 구역을 설치할 때부터 가장 적절한 장소를 택해야 하고요.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고장 없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 운영체제도

---------수퍼체인지-----------
잘 확립해야 합니다. 누가 책임지는지 관리주체도 확실히 해야 하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홍보입니다. 주민들이 잘 알고 계셔야 돼요.



조성해 놓은 길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제주도는 이같은 셉테드 마을을 매년 추가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클로징 >
"철저한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조성해 놓은 셉테드 골목은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니기는 커녕
조심해서 다녀야 할 장소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기자사진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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