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사라지는 흔적들...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2.28 08:27
영상닫기
<오프닝>
"일제강점기 제주에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된 채
그들의 업적만 여러 기록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그들이 항일정신을 싹 틔웠던 집,
즉 생가는 어떤 모습일지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공터.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가 쌓여 있고
한쪽에는 쓰러져 가는 건물 한채가 방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옛 제주사람들이 사용했던 돼지 우리와 화장실인
돗통시가 남아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였던 이창휘 선생이 거주하던 집의 흔적입니다.

<스탠드업>
"민족 변호사로 활동한
이창휘 애국지사 거주지에 나와 있습니다.

원래 안거리와 밖거리
두 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거리는 허물어져 사라졌고 밖거리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 고성훈 / 한경면 고산2리 >
쓰레기라도 안 버리고 깨끗하게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와서 보기에도 좋을텐데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답답하고 보는 사람도 그렇고...

이번에는 애국지사 생가를 찾아
제주시내권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독립기념관 자료를 토대로 찾아간
고사훈 선생의 생가터는
제주시 이도동 속칭 물통 부근.

고사훈 선생은
이 일대에서 대장간을 차리고 무기를 제조하며
항일 운동을 도모했다는 공적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표지석에 따르면 고승천,
개명하기 전 고사훈의 생가터가
이 일대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 존재하는지 직접 둘러보겠습니다"

주소지 하나만 들고 근방을 돌아다니길 수십 분.

하지만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동네에서
옛 생가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 인근 주민 >
15년 정도 여기 살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여기 다 새 건물들 들어와서 잘 몰라요.

여러차례 수소문 하던 끝에 우연히 한 할머니로부터
생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 고정실 / 제주시 이도동 >
고사훈 아들이 살다가 돌아가신 뒤에 터를 팔아서 누가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사서 집 지었어요.

지난 2011년까지 공터였던 고사훈 선생의 생가터에는
5층짜리 빌라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현장 이펙트>
"저 집이에요 5층짜리"

생가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건 이 곳뿐만이 아닙니다.

야학을 운영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하던
애월읍의 박영순 지사 생가 자리에는 조립식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경호원으로 활동한 문덕홍 지사 생가 역시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옛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했습니다.

조천 만세운동으로 유명한 조천읍은
옛 모습을 지키고 있을지 찾아가 봤습니다.

오래된 건물 곳곳에
만세운동 주도자들의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붙어 있습니다.

김경희 지사의 생가에서 3대를 이어 거주하고 있는
조카 손자인 김용선 할아버지에게는 집 자체가 큰 자랑거리입니다.

< 김용선 / 김경희 애국지사 조카 손자 >
(작은 할아버지께서) 3.1운동을 같이 했다는 게 영광이지,
우리 후손들에게는...

김경희 지사 집 맞은편에는 김시범 지사 생가터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후손들은 생가터 위치에 대한 잘못된 고증으로
엉뚱한 곳에 표지석을 세웠다고 지적합니다.

취재진과 만난 김시범 지사의 손자는
표지석이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집으로 안내합니다.

< 한석문 / 김시범 애국지사 친척 >
여기서 다들 생활하고 살다가 분가해서 다른 데서 몇년 살고 (그럼 여기가 생가가 맞는거네요?) 네 맞지요.

건물이 남아있는 생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스탠드업>
"조천 만세운동에 동참했던
김희수 애국지사의 생가가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집 대신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습니다"

애국지사의 대를 이어 생가에서 거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리되기 어려운 탓입니다.

< 김용욱 / 김시범 애국지사 손자 >
저희 뜻 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질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고 매입하거나 그렇게 해야 하는데...

대부분 생가가 개인 간 거래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멸실되거나 원형을 잃기 쉬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때문에 생가에 대한 실태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 고영철 /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장 >
번지까지 지적해주는 곳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번지를 다 조사해서 그런 기록물에다가 보충해주는 것이 지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에 밀려 생가가 더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학술연구와 실태조사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 김동전 / 제주연구원 원장 >
조사, 보전, 평가들을 공동으로 연구자들과 (행정이) 함께 노력해나가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송민경 / 제주항일기념관 학예사 >
혹시라도 남아있고 보존돼야 할 생가터들이 있으면 앞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다른지역에 55군데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제주에는 단 1개도 지정된 곳이 없는 애국지사의 생가.

<클로징>
"애국지사 생가를
낡고 허름한 건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관심갖지 않고 이대로 둔다면
그 건물은 물론, 의미와 가치마저
머지않아 모두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URL복사
프린트하기
로고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뉴스 제보를 기다립니다.
064 · 741 · 7766
제보하기
뉴스제보
종합 리포트 뉴스
뒤로
앞으로
이 시각 제주는
    닫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제보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
    제보전화 064·741·7766 | 팩스 064·741·7729
    • 이름
    • 전화번호
    • 이메일
    • 구분
    • 제목
    • 내용
    • 파일
    제보하기
    닫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