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빈집 3천 채…"흉물"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3.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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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제주 전역에 2천 채가 넘습니다.

집이 무너져 내리거나
흉물처럼 변하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수 많은 빈집이
왜 생기고 있는지,
또 왜 방치되고 있는지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낡은 주택.

옛 방식으로 얼기설기 엮은 지붕이
내려 앉았습니다.

나무와 판자 등으로 출입을 막아놨지만
뚫린 공간으로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거주나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비어있는 집, 이른바 빈집입니다.

<브릿지>
"오랫동안 빈집이 정비되지 않으면서
흉물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집에는
전기 계량기가 달려있지 않고
수도요금 고지서에도
몇달 동안 사용기록이 없습니다.

< 김영민 / 제주폐가살리기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수도 0원 데이터, 언제부터 안 쓰게 됐는지 보고, 전기 누적 데이터를 찾아내면 빈집 찾기가 쉬워져요.

도심을 벗어난 읍면지역 상황은 어떨까.

4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애월읍 봉성리.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낡은 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브릿지>
"명패가 달려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애월읍 어도리라고 돼 있습니다.

오래 전에 쓰던 어도리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
아주 오래된 집으로 보입니다."

< 봉성리 주민 >
이제 사람 안 살지. 여기는 집이라고 말할 수 없고. 저쪽에도 오래된 집에 사람이 안 살아.

한시간 남짓 마을을 둘러봤을 뿐인데,
발견된 빈집만
한집 건너 한집 꼴로 10채 가까이 됩니다.

다른 읍면지역도 찾아가봤습니다.

<브릿지>
"신촌리에 있는 오래된 빈집에 나와 있습니다.

지푸라기와 슬레이트, 옛 돌 같은
오래된 재질로 지어진 집인데요,

안으로 들어가보면
대부분의 집기가 파손돼 쓸 수 없는 상태이고
내부에 이처럼 풀이 자라 있어서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현대식 카페가 빛을 발하는 반면,
빈집의 어둠은 더욱 짙어집니다.

< 신촌리 주민 >
담도 허물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올레길에 이런 게 있으면 미관상 안 좋잖아요. 고양이 집이 돼서 밤이면 고양이들이 와서 울고...

행정은
최근 1년 동안
전기나 수도 사용 기록이 없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홀로 살던 어르신이 사망하거나
다른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 봉성리 주민 >
할머니 돌아가셔서...마을 안에도 빈집이 여러 채 있어.

집을 넘겨주고 물려받는 과정에서
형제나 친지 사이에
재산 분할 갈등이 생기는 것도
빈집이 생겨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 장영숙 / 애월읍 봉성리 >
옛 어른들이 밭을 갈라서 큰아들, 작은아들 나눠줘 버리니까 이렇게 된 거죠.

이렇게 생겨난 빈집이 도내에만 2천 9백여 채.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임차인을 찾지 못한 연립주택,
나머지는 단독주택으로 추산됩니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더라도
엄연한 개인 재산인 만큼
행정이 개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고우석 / 제주도 주거복지팀장 >
1년 동안 안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소유자를 파악하는 게 힘들고
(사는 사람이) 없으면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행정이 시행하는 빈집 정비 사업도
1년에 20채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경찰과 자치경찰이 폐가를 점검해봐도
철거나 정비 같은 당장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 송상근 / 제주도 자치경찰단 범죄예방TF팀장 >
청소년 비행이나 노숙자 이용 우려가 있는 공.폐가 지역에는 출입을 통제시키고 어두워서 시설 개선이 필요하면 관련부서에 요청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차원에서
빈집을 정비해
다시 쓰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목조 건축물 천장에
'정축년 신월', 즉 1937년 7월이란 문구가
건물의 나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활용 가능한 주택이 충분하고
집이 필요한 수요자가 있는 만큼
둘 사이를 연계할 수만 있다면
빈집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는 진단입니다.

< 김영민 / 제주폐가살리기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수요자들이 쓰려는 의지를 북돋을 수 있게 비용 등을 행정이 지원하고 공간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행정의 역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포함돼 있는
자산관리신탁공사가
본 궤도에 올라 이 같은 역할을 맡으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 고태호 /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
운용 모델이 없다보니 소유만 하고 있는데 자산관리신탁공사가 신탁을 받게 되면 여러가지 활용 모델을 넣을 수 있으니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제주 전체 주택 가운데 1.3%에 불과하지만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빈집.

<클로징>
"1% 정도면 작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점점 나쁜 상황으로 변해간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떠올린다면
결코 작지 않은 비율입니다.

이미 관련 법과
조례가 만들어져 있는 만큼
깨진 유리창이 더 커지기 전에
후속 대책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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