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땜질식 파래 대책…오직 수거뿐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19.05.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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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치우고 있는 중인데 매일 올라오니까. 썩은 냄새. 바다가 썩은 거야."

주민
"구역질 나. 냄새가."

해녀
"(파래) 근처에 있는 거 다 죽지."

송영철 /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다른 생물이 안 살아요. 안 살죠. 오직 파래입니다."

<변미루 기자>
“제주해안이 온통 파래로 뒤덮였습니다.
벌써 20년째 이렇게 파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요.
그동안 무수히 많은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성과로 이어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번 주 카메라포커스가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파래는 한해 138ha에 1만 톤 수준.

지난 20년간 수거와 관련 사업에만
무려 100억 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파래는 사라지기는 커녕 끊임없이 증식해
어느덧 물속까지 잠식했습니다.

투명해야 할 물속은 파래 범벅이 됐고
뿌연 수질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해변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습니다.

이런 파래의 이상 증식은
수온 상승과 오염된 지하수의 유입,
그리고 양식장 배출수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송영철 /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이 방두만(신양항) 내의 오염물질하고 외해의 오염물질을 비교해본 결과
질소 성분이 10배 정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파래 발생을 억제하거나 자원화하려는
여러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제주시는 3년 전 파래의 먹이인 영양염류를 줄여
파래를 제거하겠다며
미생물을 바다에 뿌렸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해녀>
"잡초고 엄청나게 없어져서 고생하고"

"백화 현상이 더 일어났다니까. 돌이 하얘졌어."

"미역도 나는데 미역도 하나도 안 나고."

심지어 미생물을 뿌린 이후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정체 모를 해조류가 뿌리내렸고,

<이춘자 / 제주시 조천읍>
"생전 봐보지도 않은 풀이... 미생물 뿌린 다음 풀이 엄청나게 났습니다.
캐와서 확인시켜줄게요."

<이춘자 / 제주시 조천읍>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어. 왜 나는지 이유를. 이렇게 천초(우뭇가사리)가
잘 나던 바다인데 썩어버린 거야."

역효과만 낸 사업이라는게 이 지역 해녀들의 주장입니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오순희 / 제주시 조천읍>
"처음부터 어디 가서 시험해보고 온 게 아니고. 우리 바다로 시험해본거지."

<고천순 / 제주시 조천읍>
"어떻게 믿어지겠습니까? 행정에서 하는 일이."

<강순여 / 제주시 조천읍>
"행정에서 좋은 거라고 해도 우리는 절대 못 믿어."

확인 결과 제주시는
제대로 된 검증과정도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영철 /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바다에 미생물제 뿌렸다. 글쎄요. 저희들은. 한 번 연락주시라고 했는데 안 주더라고."

결국 제주시는
당시 구입량의 90%를 쓰지도 못한 채 예산만 낭비했습니다.

<제주시 관계자>
"효과도 별로 없을 뿐더러 어민들은 양식 생물 걱정되고 이러니까
안 하게 된거죠. 실효성이 없으니까."

수거한 파래를 건조해 퇴비로 자원화하려는 시도도 있어왔습니다.

<변미루 기자>
“수거된 파래가 이렇게 쌓여 있는데요.
행정에서는 이걸 농가에 보급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농가에서 쓰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염분과 인 성분이 많아 농작물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주도의 파래 자원화 사업에 참여했던 농가를 만나봤습니다.

<이재광 / 농민>
"소금 먹은 건데 그걸 밭에 가서 뿌리면... 미미하면 모르겠는데
누적되면 염분 성분 있는 데는 농사가 안 돼요."

효과는 둘째 치고
더 황당한 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업이 중단됐다는 겁니다.

<이재광 / 농민>
"(담당 공무원이) 영국 연수를 가더라고요. 한참 하다가. 신규 직원이 왔는데 안 오더라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세종시로 발령나서
가버렸다고. 그게 끝이에요. 그러면서 계(부서)가 없어졌다고 그러네."

파래를 전복 사료로 가공하는 공장도 문을 닫은 지 오랩니다.

<변미루 기자>
“파래를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며 이렇게 가공공장을 만들었는데,
얼마 못 가 사업이 중단되면서
건물은 텅 빈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파래 추출물을 뽑아내
화장품의 원료로 쓰겠다던 계획도 시작과 동시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
"원료 재가공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시작하다가 중단됐습니다."

취재 결과
지난 20년간 쏟아냈던 파래 대책들은
대부분 흐지부지 끝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책이라곤 오직 수거 뿐입니다.

제대로 된 검증이나 준비 없이 예산만 쏟아붓고
아니면 말고식의
1회성 대책들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재광 / 농민>
"결과물 나올 때까지는 담당자에게 알아서 하라고 해야 하는데.
1~2년 하다가 가버리고 후임자 오면 하겠어요?"

<전유진 /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필요한 시점에만 연구가 이뤄져서 산업화 단계까지
가지 못한다는게 활용 가치를 놓치고 있지 않나."

<변미루 기자>
“그동안 파래 대책이 땜질식으로 이뤄지면서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만 들이 붓는 격이었습니다.
취재하면서 한결같이 들려온 건 바로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였는데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제 정책기관이 책임감 있는 답을 내놔야 할 땝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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