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외래식물' 제주 생태계 위협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5.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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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피어있는 다양한 꽃들.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주가 아닌
다른지역에서 유입된 외래식물들입니다.

이런 외래식물들이
제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아부오름.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면서
각종 풀들이 싱그런 초록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록 들판 위로
동전 크기만한 노란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흔히 개민들레로 불리우는 서양금혼초입니다.

<강부협 / 오름 지킴이>
(개민들레가) 아부오름이나 제주 오름에 거의 다 분포돼 있어서
오름마다 많아요. 갯수로는 셀 수가 없죠.

개민들레는 유럽이 원산지인데,
1980년대 유입된 이후 빠르게 퍼져
이제는 제주 전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새별오름 정상 부근에도
이런 개민들레가 군데군데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개체 수는 아니지만
왕성한 번식력으로
분포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개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려
오름 아래에서 정상 부근까지 100여 미터를 날아가
뿌리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도심지에서도 개민들레를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개민들레 같은 외래식물이
오름, 들판 등 외곽지뿐 아니라 시내 구석구석까지 확산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제주에 유입된 외래식물은 180여 종.

이 가운데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 식물로 14종을 지정했는데,
제주에는 8개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외래식물이 빠르게 번식하며
제주 토종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데 있습니다.

한림읍 정물오름 인근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식물,
남미가 원산지인 왕도깨비가지입니다.

이파리 앞 뒤로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 탓에
소나 말이 먹지 않아
천적도 없이 목초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현화자 /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열매가 맺을 시기가 되면 가시가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가 돼요.
그래서 동물들도 함부로 먹을 수가 없죠.

불그스름한 꽃잎이 좁쌀 크기로 나 있는
애기수영도 골칫거리입니다.

농경지에 번지게 되면 농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해충이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애기수영과 개민들레, 붉은토끼풀 등
다양한 외래식물이 한 데 자라면
토종 식물은 설 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화자 /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풀들은 겨울이 되면 지상부가 없어지는데 다음해에 외래식물이
먼저 나와서 자리를 잡아버리면 (토종 식물은) 입지가 없어지는 거죠.

이런 외래식물들은
수십년 전부터 사료나 관상 같은 용도에 따라,
또는 의도치 않은 경로로 제주에 유입됐습니다.

그런데 유입 과정에서
외래식물의 자생력이나
확산 속도 등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지금에 와서야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애조로변에 보랏빛을 띄고 있는 뱃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럽에서 녹비작물로 들여왔다가
사료 가치가 없어서 방치된 건데,
이제는 대규모로 확산된 상태입니다.

<이효연 /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
우리 고유 종인 칡도 뱃지의 증식량에는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뱃지가 우점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는
찔레나 인동꽃 등 토종 식물도 자라고 있는데
뱃지 같은 외래식물들이
그 위를 넓고 깊게 뒤덮고 있습니다.

"이게 뿌리가 너무 깊게 박혀 있어서 잘 뽑히지도 않습니다."

제주도가 자생단체 등에 맡겨
외래식물을 제거하고는 있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김용하 / (사)제주생태문화해설사협회 회장>
이 아래에는 기존의 잎이 살아 있어서 다시 올라와요.
그렇기 때문에 베어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캐내야 해요.

외래식물이 이미 제주 땅에 뿌리내린 만큼
완전히 제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박수홍 /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 팀장>
서양금혼초 같이 이미 확산돼 버리면
이 상태에서는 제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확산되기 전에 제거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요.

이에따라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당시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이
개민들레가 염증 질환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특허까지 냈지만
활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개민들레 특허 前 연구진>
개민들레로 화장품이나 식품을 만든 사례는 없어요.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없었어요.

그나마 외래식물의 유해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절차가
도입을 앞두고 있어
추가 피해를 막을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현승철 /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 소장>
야생에 퍼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방환경청에서
수입 심사 허가를 하도록 금년 말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활용할 방법도 없이
점점 번져가고 있는 외래식물.

"제주 유일의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도민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래식물이 제주 자연을 잠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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