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사라지는 용천수…복원도 제멋대로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19.05.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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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용천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1천 군데에 달했던 도내 용천수는
이제 절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요.

행정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과 정비 사업을 진행중인데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봤습니다.

수도가 보급되기 전,
화북 중부락 사람들의 식수로 쓰였던 중부락물.

몇 년 전만해도 돌담 사이로 물이 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김수연 기자>
이 중부락물은 마을의 식수이자 생활용수로 쓰였던 용천수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콘크리트로 모두 가려져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이 마르고 주변에 이끼가 끼면서
관리가 어려워지자 매립해버린 겁니다.

<화북동 주민>
"물은 났는데 너무 적어서 그랬는지 메꿔서 차고지를 만들더라고…."

<화북동 주민>
"옛날 물로 그냥 위에만 시멘트 바르면 됐는데
그냥 다 뜯어서 해버리니까 물이 콸콸 솟던 것이 시집가버렸나 봐."

그나마 남아있는 용천수들도
계속된 정비공사로 옛 원형을 잃어버린지 오랩니다.

"이곳 큰짓물 용천수는
지난 2017년에 대대적인 판석 정비 공사가 이뤄졌던 곳인데
공사를 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새로운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물놀이 공간을 더욱 확대하겠다며
덮어뒀던 판석을 다시 뜯어내는 중입니다.

용천수 정비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이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반 토목공사 업체에 맡겨 단시간에 진행하다보니
용천수의 원형이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사가 이뤄집니다.

<오송일 / 한림읍 주민>
"이거 공사하면서 똑바로 안 하니까…. 공사 저기 해놓은 거 봐.
저렇게 하니까 물이 나와?"

<박원배 /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금 미비한 부분은 조례는 제정돼 있는데 문제는 특별법에
안 들어 있어서 이용자들이 요구할 때라도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

옛 포구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한림읍 한수리 포굽니다.

제주식 돌담의 용천수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 용천수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비슷한 모습으로 나란히 만들어진 용천수였는데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새로 정비하면서 옛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고내리에 위치한 신이물도 마찬가지.

용천수 입구에 들어선 리조트에서
임의대로 시설물을 설치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모여 물놀이를 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김휘원 / 애월읍 주민>
"어릴 때 자리물회 냉장고 없을 때
여기 물 떠다 자리물회 해 먹었다니까. 시원하니까….
지금은 못 먹지 오염되니까…."

이렇게 현대식 시설물이 설치된 용천수는
도내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이 나는 자리를 시멘트로 모두 메꿔버리는가 하면,
사각 구조물로 용천수를 아예 가둬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전망대를 만들기 위해
용천수에 위에 철기둥을 박아둔 곳도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10년전 현대식 복원공사가 이뤄진 산이물은
고인 물이 그대로 방치돼 썩어가고 있습니다.

<최경숙 김태림 / 관광객>
"지저분하고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아요. 하수구 냄새 같은 거 약간…."

건너편 생이물 용천수도 마찬가지.

<김수연 기자>
"또다른 용천수 복원 현장입니다.
바위 아래서 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복원된 위치는 이곳입니다.
왜 이런 구조로 복원이 된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을의 역사가 담긴 용천수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습니다.

용천수가 나던 자리에 대규모 중국자본이 투입된
온천 개발사업이 진행중인데
토지 소유권이 사업자에게 다 넘어간 상태여서
공사를 제재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옛 용천수는 공사장 한복판에 희미한 물줄기로 변해버렸고,
그 이름이 적힌 버스정류장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1천군데 용천수 가운데
남아 있는 곳은 이제 600여개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 주변의 용천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은 복원 공사도 마음껏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도내 용천수를 정비하는데 들인 예산은 27억 원.

10년 사이 60군데 용천수를 정비했지만,
부적절한 시공으로 오히려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리주체와 기준이 없을뿐더러
용천수가 가진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전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고병련 /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역사가 있으면 설촌의 역사라면 지켜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있는 거죠.
그게 지금 제주도가 갖고 있는 샘이라고 하는
용천의 현실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큰일 났다고 해서
고고학적으로 발굴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수연 기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용천수.
그 가치와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복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제주 물의 미래는 없을지 모릅니다.
용천수가 지속가능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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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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