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미루 기자>
“이런 주차장이 있어야
차를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차고지증명제’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 달부터 이 제도가
제주도 전역에서 확대 시행되는데요.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카메라포커스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택이 밀집한 마을에 주차장 조성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는 자투리땅을 활용해 주차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
"우리 무료주차장 있잖아요. 주변에 만들어놓은 거 똑같이 만드는데."
다음달부터 차고지증명제가 전면 시행됩니다.
앞으로 1600cc 이상 중 ·대형차와 전기차를 살 때는
주거지로부터 1km 이내에 차고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차량 증가를 억제해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겁니다.
그렇다면 차고지증명제 시행을 앞둔 현장은 어떨까?
제주시 조천읍입니다.
골목마다 불법 주차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차면 수보다 등록된 차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변미루 기자>
“이곳은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당장 차고지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확보돼 있을까?
자기 차고지가 없는 주민들은 공영이나 민영주차장을 임대해야 하지만,
이 지역에서 반경 1km 이내에 임대할 수 있는 주차장은 아예 없습니다.
조천읍내 16개 공영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유료화되지 않아 임대가 불가능합니다.
주민이 발품을 팔아
땅을 매입하거나 빌려야만 차고지를 구할 수 있는 겁니다.
<한명용 / 제주시 함덕리장>
"나오는 땅도 없지만 행정에 팔려고도 잘 안하는 부분도 있고.
(문제가 있을까요?) 당연히 문제가 있죠. 실질적으로 기반시설을
만들어놓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부영찬 / 지역 주민>
"시내 같은데 차고지증명제 어디 할 데가 있어.
방 하나 뜯어서 할 거야? 서민이 살기 편하게 행정을 해줘야 하거든."
서귀포 지역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주차공간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임대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은
전체 185곳 가운데 4%인 7곳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주차장을 찾아 이용한다고 해도
한해 1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가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강영철 / 서귀포시 서홍동>
"부담스럽죠. 서민들은 10만원도 부담하는 것이…."
최대 1km까지 떨어진 거리에
누가 차를 세우겠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결국 주차난 해소는 커녕
형식적으로 차고지로 등록만 하면서
임대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봉성 / ○○부동산 대표>
"대지, 공유지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주차장 사업을 해보려고
다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공유지나 외곽지의 지가가 올라갈거고."
2년부터 중형차를 대상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해온
제주시 동지역에선 이미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창수 / 제주시 용담동>
"올 초에 (아버지) 차를 바꾸려는데 차고지가 증명돼야 하니까.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싶은데 직선거리 750m 거리에 세울 곳이 없어요."
실제로 차량 구매를 포기하거나
위장전입이라는 편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동준 / ○○자동차 판촉팀장>
"제주시에 사는 분들이 차고지가 없으면 서귀포나 외곽쪽에 지인들이나
친인척 통해서 주소지만 이전해서 등록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제주도는 제도 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민원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차고지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별로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공급량이 예측 수요량보다 많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성 / 제주도 교통항공국장>
"우리가 차고지증명제 하면서 자기 차고지를 확보하면 사업비를 지원해주고,
공영주차장도 확충해서 유료화시키고, 당장 차고지가
없는 부분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점차 정착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차고지증명제가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그에 따른 세부 대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행정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는 겁니다.
<송규진 / (사)제주교통연구소 소장>
"단지 이용자 부담 원칙으로 간다 이렇게 편의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큰 실수를 한다고 보고요. 행정에서 그런 상황이 예측이
된다면 선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민들에게
안내를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거죠."
주차난 해소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차고지증명제.
<변미루 기자>
“차를 사려면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부담과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고지 증명제 전면 시행까지 앞으로 한 달,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