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원 기자>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자전거 이용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도로 곳곳에는 이렇게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가 마련돼 있는데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제주시 옛 세무서 사거리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
자전거가 여러 대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 타이어 바람이 빠지거나 망가진 상태입니다. 자전거 거치대라기 보다는 폐차장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사흘 동안 매일 살펴본 결과 같은 자전거들이 같은 장소에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 이영봉 / 제주시 이도동>
"타이어 구멍난 것들 옆으로 쓰러지고 녹슬어 있어서 보기도 싫고, 타는 사람이 못 탈 정도로 되면 고물상에 줘 버리면 될텐데..."
자전거들이 방치되고 있는 곳은 이 곳만이 아닙니다.
<조승원 기자>
"바퀴가 빠지거나 심하게 녹슨 자전거가 이 곳에만 4대나 방치돼 있습니다. 그런제 저쪽을 보시면요, 불과 40미터도 안되는 곳에 못 쓰게된 자전거가 또 버려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자전거 바구니에는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안장이나 페달 같은 부품은 누군가 훔쳐간 듯 빠져 있습니다.
<인터뷰 : 이경우 / 충남 금산>
"도난 방지가 안 돼 있으면 아무리 싸도 몇 백만 원씩 하고 그러는데 불안하죠."
거치대에 방치된 자전거는 고물로 처분하거나 분해한 뒤 부품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주인이 찾아가도록 14일 동안 안내문을 붙여놓는데, 절차에 맞게 처리되는지 의문입니다.
<조승원 기자>
"처분 대상으로 분류된 자전거에는 이렇게 공고문을 붙여 놓는데요, 여기 붙어있는 것은 작년 11월입니다. 무려 7개월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자전거 거치대 관리도 엉망입니다.
애월 하귀 해안도로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조승원 기자>
"자전거 10대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가 있는데 수풀에 가려져서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 오세문 / 충남 금산>
"조금 아쉽죠. 깨끗하게 해 놓으면 쉬면서 자전거를 세울 수 있을텐데 아쉬운 면이 있네요."
자전거 거치대에 설치해둔 공기 주입기도 유실됐습니다. 펌프가 있던 자리에는 쓰레기만 남아 있습니다. 단단한 거치대가 엿가락처럼 휜 채로 방치되거나 비가림막이 사라져서 기둥만 흉물처럼 남은 곳도 있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
"지역도 넓고 대수도 많고 그래서 유지 관리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면서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큽니다. 자전거 좌우 너비는 68cm, 그런데 거치대 간격이 40cm가 채 안됩니다. 자전거끼리 나란히 세울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 자전거 이용자>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몰라도 자전거를 여기 세우면 옆에 세우겠냐고. 손잡이에 걸려서 양쪽 다..."
자전거 바퀴 너비가 종류마다 다양하지만 거치대는 일괄적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때문에 자전거 부품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 이성기 / 대구광역시>
"실제 거치를 하게 되면 부딪히고 디스크가 휠 우려도 있고 완전히 밀착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자전거 거치대는 읍면동별로 수요 조사를 거쳐 행정시에서 설치 또는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이 훈 / 제주시 도시재생담당>
"상·하반기 나눠서 전수조사를 실시해서 파손이나 신규 설치해야될 곳이 있으면 예산 투입해서 신설이나 폐기처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거치대에 대한 뚜렷한 설치 기준이 없다보니 지역적인 편차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종합청사 부근 도로는 길이가 900미터 정도인데 자전거 거치대가 8대, 반대쪽에는 6대나 설치돼 있습니다.
반면 연동 신시가지 부근에는 거치대가 드문드문 설치돼 있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를 가로수나 주차장 울타리에 묶어 놓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인터뷰 : 남진우 / 대구광역시>
"적재적소에 필요한 시점에 있어야 하는데 필요 없는 게 있다고 느꼈죠."
제주도내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는 1천 100여 곳. 한 곳당 설치 비용을 평균 100만 원으로 봤을 때 10억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조승원 기자>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을 지향하며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서는 전기차와 함께 자전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런 기초 편의시설인 거치대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탄소 없는 섬은 헛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조승원 기자
jone1003@kctv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