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한국전쟁 70주년…잊혀지는 전쟁역사
문수희 기자  |  suheemun43@kctvjeju.com
|  2020.06.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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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제주.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대정읍에는 육군 제1훈련소가 창설됐습니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배출된 장병만 약 50만 명. 수 많은 장병들이 드나든 육군제1훈련소 정문입니다.

전쟁 역사의 가치를 인정 받아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잦은 교통 사고 위험에 노출되면서 곳곳이 파손되고 허물어 졌습니다.

<문수희 기자>
"주변으로 도로가 확장되고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훈련소 정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훈련소 주변 화장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구석에 세워진 국방부 비석만이 이 곳이 화장터 였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올해로 91살인 지봉수 할아버지가 찾은 이곳.

당시 육군제1훈련소 장병들과 피난민,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치료를 위한 제98육군병원이 있던 자립니다.

모두 50여개의 병동 규모로 설치됐지만 전쟁이 끝나고 대부분 철거돼 현재는 대정여고가 들어섰고 병동 하나만이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지봉수 / 한국전쟁 당시 육군제1훈련소 훈련병>
"아 이것이 6.25때 98병원이라고 해서 여기서 치료 받고 전쟁에 나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금 더 (남아)있어야 하는데 없어져서 아쉬워요."

환자들이 수없이 드나들던 병원 정문 역시 모두 사라졌습니다.

당시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98병원에서 순직한 세명의 의무요원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충혼비.

장병들의 기억속 유일한 흔적이지만 주택이 들어서면서 이사를 다니는 처지에 놓여졌습니다.

<김웅철 / 향토사학자>
"이런 구조물은 대한민국에 이거 하나 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장병)은 1원, 어떤 사람은 2원, 많이 낸 장교는 10원 (내서 만들었어요.)"

전쟁 속에서도 문화 예술 활동은 꽃 피어났습니다.

유호와 박시춘, 황금심, 신카라니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인들이 만든 육군제1훈련소 전속 악단 군예대.

당시 군예대장을 맡은 박시춘이 모슬포 바다를 배경으로 제주도를 상징하는 대표곡, '삼다도소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군예대가 있었던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2003년, 도로 확장 사업을 진행하며 군예대건물을 밀고 길을 낸 겁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군예대 건물의 군사문화적 가치를 주장하며 철거를 반대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양신하/ 대정역사문화연구회장>
"전쟁에 지친 분들 여기 군예대에서 나팔 불고 위안하고 상당히 소중한 자리죠. 이런게 하나하나 없어지는 것이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긴 부대 관사도 마찬가집니다.

육군 제1훈련소 초대훈련소장인 백인엽 준장이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녹나무 한그루만이 그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2만여 명의 준공군포로를 수용했던 수용소 역시 외벽 일부만 남고 나머지는 인근 밭의 밭담으로 쓰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수희 기자>
"보시는 것 처럼 수용소 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영농 폐기물과 함께 방치되고 있습니다."

마을의 상징이자 호국영령들의 혼을 기리는 충혼탑은 관리 주체가 없어 녹슬고 망가지는 처지가 되는가 하면, 군인들의 생명줄이자 젖줄이던 식수터와 빨래터는 남아있던 흔적을 누군가 지워버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양신하 / 대정역사문화연구회장>
"글자 표시... 글쎄 이걸 왜 지웠는지 모르겠어... 역사인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데 세운 비석은 상당히 역사적인 것인데 지역의 훈련소 당시 역사를 전부 이렇게 없애고 있어..."

한국전쟁 출정군을 기리는 표상탑의 연혁표는 글씨를 알아볼 수도 없을만큼 훼손됐지만 그 누구도 관심은 없습니다.

현재 육군제1훈련소와 관련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군사 유적은 단 4개.

뒤늦게 마을 단위에서 남아있는 군사 유적지를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갈길은 멀기만 합니다.

<송호철 / 대정읍장>
"후손으로서 당시 희생됐던 분들 추모하는 사업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소중한 역사 유적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관심을 갖고 관리보전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 입니다.

<김웅철 / 향토사학자>
"요즘 같이 코로나19 때문에 국민들이 의기소침할 때 우리의 조상들, 선배님들은 이렇게 싸우고 이겼노라 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역사를 잊은 후손들에게 가장 좋은 교훈이 되고..."

나라를 위해 한국전쟁에 몸바친 제주도민은 약 3만여 명.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닌만큼 이들의 희생과 숭고한 애국 정신을 기억해야 할 것 입니다.

카메라 포커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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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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