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찌든 때에 악취…공중화장실 '수난'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0.07.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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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외출이나 나들이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다급하게 찾게 되는 곳이 있죠? 바로 공중화장실인데요. 평상시 이 화장실들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안덕계곡.

진입로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세면대에 먹다 버린 과자와 페트병 같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칸마다 설치된 변기는 4개 가운데 3개가 막혀 쓰기가 어렵습니다. 깨진 세면대와 변기뚜껑까지 떡하니 방치돼 있습니다.

<윤치호 / 경기도 안산시>
"잘 못 들른 것 같아요. 화장실을... 급해서 왔는데 상당히 관리가 안 돼 있네요."

(지미봉) 일출 명소로 알려진 지미봉 화장실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듯 변기가 막혀 사용할 수 없고, 찌든 때가 가득합니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관광객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관광객>
"요즘에 많이들 깨끗하잖아요. 다른 데는. 그런데 여기는..."

들어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곳도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여기는 하도 해안가에 있는 화장실인데요. 이쪽을 보시면 새가 둥지를 틀고, 시간이 꽤 오래됐는지 분뇨가 쌓여 있어서 입구부터 불쾌감을 줍니다."

(하도리 해안가) 반드시 비치해야 할 위생 점검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안승자 / 전라남도 순천시>
"불결하네요. 구토도 해놓고... 관광지라면 위생에 그런 게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양섭지해수욕장) 이용할 수조차 없는 화장실도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여기는 여성 장애인 화장실인데요. 문이 파손돼 있고, 청소도구들이 가득 쌓여 있어서 장애인들이 와도 실제로 사용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바로 옆 남자화장실도 비슷합니다. 문이 부서져 손으로 움직여 봐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변미루 기자>
"올레길 곳곳에도 탐방객들을 위한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는데요.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들어가 볼까요?"

(독자봉) 휴지가 아닌 이물질로 가득 차 있는 변기들. 손 세정제 주변에는 해충이 들끓고 있습니다.

(섯알오름) 4·3 유적지에 조성된 화장실은 더 참담합니다. 함부로 쓰고 버린 휴지들이 바닥을 뒤덮었습니다.

<변미루 기자>
"지금 물도 안 나오고 세정제도 다 떨어진 지 꽤 된 것 같습니다. 휴지도 텅 비어있습니다."

관리 주체인 대정읍은 이같은 사실도 모릅니다.

<대정읍 관계자>
"(청소 담당자가) 물품 부족하거나 그러지는 않다고 하셨거든요? 물 같은 경우도 잘 나온다고..."

(제주밭담테마공원) 하다하다 못해 결국 폐쇄된 곳도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 공원 화장실에는 이렇게 팻말이 붙어 있는데요. 시설 용량 초과로 인해 문을 닫는다고 안내가 돼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제주도 관계자>
"모터 부분이 고장 났습니다. 바닷가에서 수영하거나 (레저를) 즐기시는 분들이 와서 샤워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 모래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방해야 하는 건 맞는데, 더럽게 써서 민원 발생하고..."

관리자들은 컵라면 용기부터 비닐까지 변기에 막무가내로 버리는 비양심 행위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박경옥 / 공공근로자>
"쓰레기를 많이 가져오면, 가져오지 마세요. 버릴 데가 없습니다. 그러면 난감해요. 그리고 짜증내는 분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관리라도 잘 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재 공중화장실은 각 읍면동 단위에서 청소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없다보니 관리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김형철 / 제주시 기후변화대응팀장>
"수시로 기본적으로 하라고는 하는데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청소 인력을 계속 교육도 하고, 자주 가서 화장실 점검을 하도록..."

그렇다고 모든 화장실이 지저분한 건 아닙니다.

위생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상시 전담 인력을 투입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번 촘촘하게 관리하는 모범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오영애 / 한국화장실협회 제주도지회장>
"좋은 화장실을 지어놨다고 해서 안심할 게 아니고 관리도 중요하겠죠. 더 중요한 게 이용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내 집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인식으로만 사용한다면."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화장실 문화.

<변미루 기자>
"화장실은 그 집단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촘촘한 관리만큼 중요한 게 바로 시민의식인데요. 우리가 다녀간 자리가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죠? 카메라 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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