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현실은 그대로"…택배 갈등 여전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20.09.29 01:12
영상닫기
어두운 새벽, 우체국 집하장 불을 밝히는 택배기사들.

오자마자 수레 가득 쌓여 있는 택배를 옮기기 시작합니다.

물건에 적힌 주소를 일일이 확인하며 분류작업을 합니다.

<현준 / 우체국 택배기사>
"솔직히 이런 거 한 번 알바 채용해 주면 저희가 한 시간 정도 더 집에서 잘 수 있거든요. 자다가 나올 수 있는데….'

한시간쯤 지나자 새로운 택배물건들을 실은 대형트럭이 들어옵니다.

쉴새없이 움직여보지만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긴 역부족입니다

<김수연 기자>
"본격적인 배송작업을 앞두고 물건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어제 들어온 물량에 이어 오늘 새로 들어온 물량이 겹치면서 집하장 내부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출근한지 4시간이 지나서야 각자 배송할 물건이 추려지고, 트럭에 물건을 옮겨담습니다.

본격적인 배송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옵니다.

<김성민 / 우체국 택배기사>
"(물건이) 제각각이어서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일정하지 않아서 작업을 하다 보면 허리도 다치고 무릎도 다치고…."

정부에서 추석 연휴 특별배송기간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습니다.

분류작업은 분류작업대로, 배송은 배송대로 여전히 택배기사가 도맡고 있습니다.

<강현호 / 서귀포우체국 택배노조 지회장>
"분류 작업 때문에 저희가 일찍 나와야 되니까 그 업무를 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하지만 취재결과 제주우정청에는 관련 예산 6천만원이 배정돼 있었습니다.

추석 명절 기간에 늘어난 소포 물량 처리를 위해 우편물 구분 인력을 채용하라며 추가 예산이 내려온건데, 제주청에서 아직 이 예산을 쓰지 않은 겁니다.

올해 추석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제주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택배 분류 작업 환경이 훨씬 양호하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러면서 곧 있을 감귤출하기 등에 관련 예산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택배기사들은 이와 관련해 우체국측과 대화 한번 나눠본적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강현호 / 서귀포우체국 택배노조 지회장>
"육지에는 어느 정도 투입된 걸로 알고 있는데 제주는 투입이 전혀 안 되고 있고요. 한다는 소리도 없습니다 지금."

민간택배회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분류 작업을 위한 추가 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직접 4-5시간 동안 분류 작업을 해야 배송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하루 한차례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꽉 차 있던 차 안이 비고 나면 오후 1시에 들어오는 물건을 다시 실으러 회사로 돌아갑니다.

또다시 4시간 동안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 5시쯤 두번째 배송 업무에 나섭니다.

<김수연 기자>
"오전에 이어 2차 분류 작업을 마친 민간 택배업체 기사들이 본격적인 배송업무를 위해 차로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는데요. 오후 근무 현장은 어떤지 직접 따라게보겠습니다."

오전에 이미 300건의 배송을 마친 택배기사 권문식씨의 표정이 많이 지쳐보입니다.

골목골목 물건을 나르고 여러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니 금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권문식 / 택배기사>
"(최근에)물량 너무 많이 늘었어요. 힘들어요. 숨을 못 쉬어요."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합니다.

<김수연 기자>
"지금 시각이 저녁 8신데요. 통상적인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게 차량 안에 택배 물량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권문식 / 택배기사>
"(기사님, 이렇게 많이 남아 있는데 오늘 다 못 끝내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일 아침에 나와서 1시 반까지 다 끝내야 해요. 집에도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하루 평균 배송 건수는 600건.

코로나에 추석까지 겹치다 보니 물량이 50%나 급증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9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하는 숨가쁜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4시간에 달하고 주 52시간 근무는 커녕 주5일제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로사에 대한 우려가 나올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해당 택배업체는 분류 작업을 위한 추가 인력을 채용하진 않았지만 다른부서 직원 3명을 임시로 투입해 상하차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달라진 게 전혀 없어보입니다.

업체와 노조측은 급증한 택배 물량에 대한 추가 인력 채용을 놓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정부가 추가 인력 1만명 임시 채용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택배 파업 사태를 막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해 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기자사진
김수연 기자
URL복사
프린트하기
로고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뉴스 제보를 기다립니다.
064 · 741 · 7766
제보하기
뉴스제보
종합 리포트 뉴스
뒤로
앞으로
이 시각 제주는
    닫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제보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
    제보전화 064·741·7766 | 팩스 064·741·7729
    • 이름
    • 전화번호
    • 이메일
    • 구분
    • 제목
    • 내용
    • 파일
    제보하기
    닫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