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박물관 천국' 결국 흉물로…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0.11.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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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제주는 박물관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시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관광 호재에 따라 우후죽순 늘어난 박물관들,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카메라포커스에서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한라산 중산간에 한 폐건물이 눈에 띕니다.

드라마 세트장을 테마로 한 박물관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던 곳이지만 폐업한 이후에는 쓰레기만 쌓이는 야적장 신세가 됐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 건물은 이미 철거 명령이 내려진 불법 건축물인데요. 제때 철거되기는커녕 심지어 안쪽에는 개를 키우던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윤봉하 / 서귀포시 하원동>
"아무래도 자연 환경이 괜찮은데 흉물처럼 보이고 하니까... 무분별하게 개발해서 마무리가 안돼 폐업하는 게 보기에 안 좋습니다."

<이삼심 / 제주시 애월읍>
"청정 제주도에서 저거 예쁘다, 좋다 하면서 지나가야지... 제가 무서움을 타서 으슥해요."

<이재홍 / 경기도 고양시>
"관리를 안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죠. 없애든지, 새로운 걸 다시 만들든지... 조금 신경을 썼으면, 제주도는 관광지다 보니까."

이번엔 오토바이를 주제로 한 박물관입니다.

3년 전 폐업했는데 활용도 철거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커다란 로봇과 시설물들만 남아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변미루 기자>
"아마 전시됐던 걸로 추정되는 자동차 모형인데요. 매우 녹슨 상태로 바로 길가에 세워져있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명칭이 된 2만 5천 제곱미터 부지의 테마공원.

입구부터 깨진 조형물이 나뒹굴고, 전시관은 흔적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변미루 기자>
"폐업한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보시는 것처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조형물만 덩그러니 남아서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민원이 발생해도 행정에선 사유지인 탓에 손을 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제주시 관계자>
"미관적인 부분, 위생적인 부분은 저희 쪽에서 조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관광 트렌드의 변화로 박물관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올해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크게 유명세를 탔던 곳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폐업한 박물관과 미술관 15군데 가운데 절반이 올해 등록을 취소했는데, 미등록 시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먼 길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당혹감을 드러냅니다

<조우재 / 경북 포항시>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당황스럽고 다른 곳으로 가봐야 될 것 같아요."

<쓰링위 / 중국 하얼빈>
"조금 슬프네요. 문 연 줄 알았어요."

올해 폐업한 박물관 운영자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인건비 조차 주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는 박물관의 진입장벽이 낮아 부실하거나 유사한 박물관들이 난립하게 됐다고 지적합니다.

<진상배 / 전 박물관 운영자>
"너무 많아요 사실은... 박물관이랍시고 가서 보면 (작품) 몇 십 점 걸어놓고, 그걸 박물관 허가를 줬다는 것 자체도 한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이건 심의가 잘못된 게 아닌가."

현재 도내 박물관 수는 77개.

관광객 유입과 세제 혜택에 힘입어 20년 전보다 무려 14배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여전히 특정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그대로 따라하는 박물관이 줄줄이 생겨나고,

<○○박물관 대표>
"(유사 박물관은) 90%가 다 비슷해. 특별한 게 어디 가도 절대 없어."

아무런 요건도 갖추지 않고 이름만 가져다 쓰는 미등록 시설까지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가 내놓은 대책도 흐지부지 됐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 박물관 진흥계획을 수립해 우수 업체를 선정하는 평가인증제를 도입했지만, 그해 한 차례 하다 만 전시행정으로 끝났습니다.

<제주도 관계자>
"특별히 인센티브나 이런 게 약하고 호응도 없고, 인증을 하려면 장기간 행정력이 많이 소요돼서 (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물관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관 함께 자생력을 키우려는 업계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전선권 /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
"박물관 진흥법이 허술하게 돼 있습니다. (유물이) 60점 이상만 되면 박물관이 돼요. 그 유물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 연구나 보전할 가치가 있느냐, 그게 상당히 주관적이죠. 질적 차이 나는 곳들이 섞여 있습니다.그러다 보니 자생력이 없고, 질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항상 채워나가야죠."

<변미루 기자>
"유행처럼 번진 박물관 열풍. 지금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질적 수준을 높이고 자생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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