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꽃 버리고 농사 포기…화훼업계 '칼바람'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1.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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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꽃을 주고받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보기 어려운 모습이 됐는데요. 화훼업계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30년 넘게 꽃 농사를 짓고 있는 강경심씨.

색이 곱고 선명한 거베라 꽃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창 수확철을 맞았지만 기쁨보단 서글픈 마음이 앞섭니다.

코로나19로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고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꽃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10송이에 7천 원을 웃돌던 가격이 최근 2천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강경심 / 화훼농가>
"난방을 때니까 기름 값이 너무 아깝잖아요. 지금까지는 어찌어찌해서 가격 싸게라도 나갔는데, 보내지 말라고 하니까 이제 버려야지."

일 년을 버텨왔지만, 결국 올해는 꽃 농사를 포기하고 밭의 절반을 갈아엎기도 했습니다.

<변미루 기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꽃이 만개해 있던 곳인데요. 지금은 모두 갈아엎어서 이렇게 휑한 모습입니다."

자식처럼 백합을 키워온 이일석씨 부부.

일본 직항 노선이 끊기고 현지 소비가 줄면서 지난해부터 수출 물량이 급감했습니다.

직원들을 다 내보내 인건비를 줄여 봐도 종자 값과 물류비, 난방비 부담에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갑니다.

<이일석 / 화훼농가>
"1월 대비해서 꽃을 심었는데 올해도 졸업을 못 하게 되니까 적자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심어놓은 거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선 하나 둘 백합을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변미루 기자>
"여기는 원래 백합이 가득했던 온실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어린 감귤나무를 대신 심어놨습니다."

<박경근 / 신촌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
"먹고 살기 힘드니까 엎었죠. 돈이 안 되니까 백합이. 생산비가 안 나오니까."

올해 꽃 수출시장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이대호 / 화훼 수출업체>
"(백합의) 98%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가 더 심합니다. 주 성수기가 3월인데 그때도 불투명합니다.”

지난해 가을 심은 마지막 국화를 포장하고 있는 양진석씨.

평소 3천 원을 웃돌던 소국 한 묶음은 1천 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올해는 이모작을 포기하고 옥수수를 심기로 했습니다.

국화를 트럭에 싣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며 집하장에 향합니다.

<양진석 / 화훼농가>
"어쨌든 팔리기야 팔리겠지 해서 (지난해) 국화를 심었습니다. 꽃 농사가 40년이 넘어가는데 올해 같은 해는 처음인 것 같아요."

꽃집도 망연자실한 분위깁니다.

장미부터 안개꽃까지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항공기로 들여오고 있지만, 팔리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정숙 / 꽃집 운영>
"금방 안 빠지면 꽃이 금방 지니까 그래서 지금 폐기하려고 내놨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한편에선 착한 소비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꽃 소비를 생활화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자는 취집니다.

<양행석 / 제주시 농정과장>
"사무실 분위기도 한결 밝아지고 직원들이 십시일반이지만 조그마한 정성으로 꽃 사주기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그 혜택이 화훼농가에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보람을 가집니다.”

농민들은 소비 활성화와 함께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화훼농가는 소상공인과 달리 정부나 제주도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창원시와 김해시 등 일부 지자체는 정부 지원 밖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자체 예산으로 화훼농가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박경근 / 신촌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
"저희는 기존에 있던 보조금도 다 없어졌어요. 지금 화훼산업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거든요.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수 백일의 시간 동안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피어나는 꽃 한 송이.

<변미루 기자>
"오늘도 어딘가에선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끝 모를 전염병에 상처 입은 농민들의 마음. 언제쯤이면 다시 활짝 피어날 수 있을까요?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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