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포커스] 제철 맞은 자리돔
허은진 기자  |  dean@kctvjeju.com
|  2021.05.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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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진 기자>
"이맘때면 본격적인 자리돔 잡이가 시작됩니다. 최근 몇년 간 자리돔은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금자리'라고 불려왔는데요. 이번 주 카메라포커스에서는 이곳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출항하는 자리돔 조업 현장에 함께 동행해보겠습니다."

직접 배에 올랐습니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된 지 얼마 안된 탓에 파도가 높게 일렁입니다.

10여 분을 달려 자리돔이 몰려 있다는 일명 '자리밭'으로 향했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직구섬이라 불리는 지귀도 인근 해상에서 자리돔 잡이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허은진 기자>
"자리돔 잡이는 1척의 본선과 2척의 보조선, 그리고 제가 타고 있는 1척의 운반선까지, 모두 4척이 한 팀을 이뤄 조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선장이 배의 방향키를 돌리며 자리돔을 찾아 나섭니다.

어군탐지기를 바라보던 선장이 신호를 보내자 나머지 선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본선에서 그물과 밧줄 등을 내리고 보조선에서는 줄을 잡아 당겨가며 위치를 잡습니다.

잠시 배의 시동을 끄고 자리돔을 기다리기를 20여 분.

선장이 다시 신호를 보내자 그물을 걷어 올리기 시작합니다.

푸른 제주 바다에서 붉은 그물과 함께 자리돔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냅니다.

<한근호 / 선주>
"아침 같은 경우엔 100kg. 오늘은 썰물로 물이 빨리 끝나는 때라서…. (예전에는 하루에) 3천kg도 잡았었고 금년도는 (가장 많을 때가) 1천600kg 잡았어."

갓 잡은 자리돔은 상자에 담겨져 운반선을 통해 보목항 직거래장터로 옮겨집니다.

자리돔은 위판장 대신 직거래장터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른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리돔을 사기 위해 직거래장터를 찾았습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는 그나마 자리 어획량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잡은 자리돔의 가격은 1kg당 1만 5천 원.

지난해 1만 8천원에 비해 조금 낮아졌습니다.

<마을 주민>
"조림도 하고 굵은 거는 왕소금 슥슥 뿌렸다가 저녁에 구워 먹으면 굉장히 맛있어요. 고소하고."

<오순희 / 서귀포시 정방동>
"회도 해 먹고 구워서도 먹고 그렇게 할 거. 이건 서울 보낼 거. 서울 친구한테…. (친구가) 제주 사람이니까 1년에 한 번씩은 꼭 사서 보내주라고 해서…."

직거래장터 한쪽에선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손님들이 구입한 자리돔을 곧바로 손질해 줍니다.

손질을 하는 주민들은 능숙하게 가위로 지느러미를 툭툭 잘라내고 칼로 비늘을 슥슥 벗겨 냅니다.

살이 오른 자리돔 안에는 알도 가득 찼습니다.

이맘때면 사람들이 보목항 직거래장터를 찾는 이유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보목동 자리돔 축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을 주민>
"작년보다는 낫죠. 자리가 작년보다 많이 나니까. 마음이 허전하죠. 잔치 못하고 하니까 마음이 허전해요."

점심 시간이 되어가자 인근 어촌계 식당에는 자리돔을 맛 보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웁니다.

주방에서는 씨알이 굵은 자리돔에 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냅니다.

적당한 중간 크기의 자리돔은 씹는 맛을 살려 강회와 물회로 준비합니다.

특히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얼음과 각종 채소, 된장으로 국물을 낸 자리물회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강호남 / 서귀포시 동홍동>
"제주도 토속 음식으로써 최고의 맛이지. 그리고 지금 보릿고개가 이렇게 수그릴 때 그때 맛이 최고 일품이야."

<현철량 / 서귀포시 보목동>
"바다의 풀이 없어지고 해 버리니까 완전 백화가 돼버려서 사막이야. 사막이 되다 보니까 자리도 먹고살아야 할 건데 뭐 먹을 게 없어. 그러니까 옛날처럼 자리가 많이 생기지도 않고…."

<허은진 기자>
"많이 잡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자리돔은 힘겨웠던 보릿고개 시절 제주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서민 생선이었습니다. 자리돔은 여전히 제주사람들의 소울 푸드이자 여름철 대표 별미로 이렇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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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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