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길에서 멈춘 노숙인의 시간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5.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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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우리가 살면서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길거리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노숙인들인데요. 이들의 하루를 지금부터 카메라포커스에서 비춰봅니다."

건물 앞에 이불을 깔고 누군가 잠들어 있습니다.

주변에는 술병과 온갖 생활도구들이 가득합니다.

바로 옆 공터에서도 기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머무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쪽을 보시면 술병이 나뒹굴고 이렇게 종이박스가 가지런히 깔려 있습니다. 또 나무에 옷가지도 걸려 있는데요. 금방이라도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과거 자동차 정비사였던 50대 남성은 집이 없어 두 달째 여기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노숙인>
"교도소에서 나와서 노숙하고 있잖아요. 사회에 적응을 못하잖아요. (먹는 거는 어떻게 하세요?) 사람이 살려면 병 같은 거 주워서... 그래야 라면이라도 하나 사먹잖아요."

인테리어 일을 했었다는 한 남성은 벌써 20년 넘게 길거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숙인>
"일이 없다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하루하루 살다 보니까 삶이 되지도 않고."

이들의 노숙 생활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기도 합니다.

<환경미화원>
"장난이 아니에요. 뜨거운 물이 나오니까 장애인 칸에서 목욕하고 전부 박스 깔아놓고 여기에서 자고."

점심때가 되자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무료 급식입니다.

<정남식 / ○○○교회 권사>
"배가 고픈 사람들은 거리에서 막 죽어가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밥을 먹여야지."

낮부터는 광장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한잔 두잔 마시다가 싸움이 나기도, 만취해 술병을 베개 삼아 잠들기도 합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김혜진, 이영은, 윤서현 / 서울시 성북구>
"여자끼리 오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여길 피하게 될 것 같아요."

<송현우, 원지만 / 오현고>
"조금 불쌍하고, 보기 안 좋긴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유범석 / 부산시 북구>
"안타까우면서도 또 저러면 안 되는데..."

<이정자 / 인근 상인>
"안타깝지 않아요. 너무 하니까. 너무 술 마시고 싸우고 병 깨고..."

어둠이 찾아와도 거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

<노숙인>
"(여기는 얼마나 계셨어요?) 30년이 넘어. 내가 일을 할 수 없어 다리 때문에. 오늘까지, 이 시간까지 내 자유대로 살다가 죽을 거야."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소란이 일어나고 결국 경찰이 출동합니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키면, 다른 쪽에서 싸움이 벌어지기 일쑤.

<김도균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열심히 살아야 될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보기가 힘든, 사실은 노숙인들의 70~80%는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선 이들을 돕기 위한 재활시설 두 군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노숙인들이 단체생활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고, 술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에 실패하고, 다시 노숙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제주시 재활시설인 희망원에서 3명이 집과 일자리를 구해 자립한 반면 52명은 자진 퇴소를 결정했습니다.

<김태규 / 제주시 희망원 정신보건전문요원>
"제일 중요한 게 안정적인 주거 지원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만 되어도 이분들이 주거 안에서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고, 전담 인력도 지원이 된다면.”

알코올 의존에 대한 전문 치료와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현수 / 제주도의회 의원>
"알코올 중독을 어떻게 전문적으로 치료할 것인가. 그 다음에 시설에서의 케어가 복합적이고 같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두려운 건 실패자라는 낙인과 배제의 시선.

<김성자 /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제주지회장>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 노숙인 되기 전에 다 좋았던 사람들 아니에요. 어쩌다 안 돼서 사업에 실패했거나 계모의 구박을 받았거나 이혼해서 싸워서 나왔는데 노숙인이 된 거니까. 예전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변미루 기자>
"우리가 마주하는 빈곤의 얼굴은 그 사회의 복지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서기 위해선 더 섬세한 사회 안전망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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