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보급률 0.7%' 외면당하는 스마트팜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6.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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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현실로 들어온 미래의 농업, 스마트팜이 제주에 보급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농촌은 얼마나 변했는지 지금부터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면 비닐하우스 천장이 열리고,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실시간으로 습도와 온도를 확인하고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는 스마트팜입니다.

집 안방에서도, 심지어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버튼 하나로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송희창 / 한라봉 재배>
"에베레스트나 어딜 가도 와이파이가 터져서 내 스마트폰으로 탁 보면 농장이 나와요. 오늘은 물 줘야 되겠구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의 편리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팜.

지난 2015년부터 정부와 제주도 정책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도록 보급률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요 대상 작물인 전체 과수농가 3만 1천 930군데 가운데 스마트팜을 도입한 곳은 214군데에 불과한 0.7%입니다.

스마트팜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비싸다는 이유에섭니다.

<이장화 / 농민>
"젊은 사람들은 그거 할 줄 몰라도 우리야 뭐 이제..."

<고정자 / 농민>
"조작하기도 우리한테는 쉽지 않은 것 같아서."

<현창진 / 농민>
"좋다고만 하면 의향은 있는데, 굳이 지금은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최근에는 사업 참가자가 미달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농가까지 속출하면서 지난해 정부 지원사업 예산이 절반 넘게 반납되기도 했습니다.

<김윤천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
"고령농들이 스마트팜 다루는 방법에 거부 반응이 많이 있어요. 다른 제반 장비를 갖추려다 보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합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시설을 설치했지만, 기계 작동이나 연동이 원만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김희숙 / 감귤 재배>
"스마트폰을 못 만지면 잘 못 작동해요. 또 16개 기능이 모두 작동하면 좋은데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기능을?) 반도 못 쓰고 있죠."

기술자들은 처음부터 제주의 농업 특성과 맞지 않는 기계가 보급된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로 온실 재배되는 상추나 토마토, 딸기 같은 작물에 맞게 설계돼 제주의 하우스 시설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규백 / 스마트팜 기술업체 운영>
"과수 농가의 특성에 맞는 스마트팜이 들어와야 되는데, 기존 장치가 그대로 들어오다 보니까 불필요한 기능이 상당히 많았고, 아주 작은 문제에도 대응이 바로 안 되니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받고 있습니다.”

시설의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스마트팜은 자동화 시설을 바탕으로 한 원격 제어,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전 과정을 자동화한 무인체계, 이렇게 3세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주에선 주요 작물의 생육 기록인 빅테이터가 구축되지 않아 아직 1세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때문에 초기 자본을 들여 기계를 설치하더라도 품질이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어, 농민이 오직 혼자서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합니다.

<최승국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감귤지도팀장>
"아직 감귤에 대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지 않아요. 과채류나 채소의 경우 네덜란드나 일본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과수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없어요.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고."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민 교육이 필수라는 지적입니다.

<김희찬 / 스마트팜 교육시설 운영>
"결국에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그것을 활용하는 분들의 역량 교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주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종우 /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명예연구관>
"자꾸 노령화가 되고 있어요. 많은 농업인들이 나이가 70~80살 되면 힘든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편리한 시스템이 도움이 되고요. 두 번째는 청년 농업인들이 지금 같은 관행농업으로는 돈도 벌지 못하고 메리트가 없으니까 오지 않습니다."

<강성균 / 제주도의회 의원>
"스마트팜은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아주 필연적인 준비입니다. 기술자가 필요하고, 그런 건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이죠. 그걸 하나로 모아서 끌고 가야 하는 곳은 어딥니까? 결국 행정이잖아요. 의지와 의식이 지금처럼 분명하지 않고서는 갈 수가 없다."

<변미루 기자>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아직은 겉돌고 있는 스마트팜 정책. 제주의 현실에 맞는 체계를 만들고, 전문성을 키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농업이 다가오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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