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비바람·악취에도 쓰레기와 사투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8.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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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우리가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마주치는 얼굴이 있습니다. 매일 클린하우스를 관리하고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지킴이들인데요. 카메라포커스에서 이들의 하루를 동행해 보겠습니다."

지난 2016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도입되면서 클린하우스 위생 관리와 분리배출 계도를 위해 함께 현장에 투입된 지킴이들.

시범 운영의 성과가 나타나자 도 전역으로 제도가 확대됐고 지금은 모두 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50대에서 80대까지 어르신으로, 쓰레기 배출이 많은 취약시간대 집중적으로 배치됩니다.

2년째 클린하우스 지킴이를 하고 있는 74살 이미화 씨.

저녁 6시만 되면 출근해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릅니다.

<변미루 기자>
"제가 지킴이를 도와서 클린하우스 정리를 같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전보다 분리배출이 정착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넘쳐납니다.

<이미화 / 클린하우스 지킴이>
"아이고. 이것도 쓰레기를 막 짬뽕으로 넣어놨네요. 이렇게 해놓으면 안 되죠."

일반쓰레기와 종이를 버리는 날인데, 플라스틱과 비닐, 음식물 쓰레기까지 뒤죽박죽 섞여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변미루 기자>
"여기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져 있는데요. 이걸 일일이 다 꺼내서 다시 정리를 해야 됩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무단투기와 혼합배출.

하지만 그가 더 견디기 힘든 건 시민들의 시선입니다.

<이미화 / 클린하우스 지킴이>
"아이고 아저씨 이거 너무 더럽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아주머니가 하세요. 우리 세금 다 받아 먹으면서. (속상하셨겠어요.) 속은 그래도 돈 벌어야 하니까 아무 소리 안 하고 내가 다 치워야 돼."

날씨라도 궂은 날엔 일이 더 고됩니다.

아르바이트 삼아 클린하우스 지킴이를 하고 있다는 69살 어르신.

빗속에서 우산을 든 채 클린하우스 주변을 계속 돌아가며 청소를 합니다.

팔다리가 쑤셔 와도 빗줄기를 피할 곳도, 심지어 앉을 곳도 없습니다.

잠시나마 몸을 기댈 곳이라곤 누군가가 버리고 간 듯한 오토바이 한 대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장 80조,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때때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는 규정과도 어긋납니다.

<클린하우스 지킴이>
"차가 왔다 갔다 위험해서 쉴 곳이 없어요. 여기는 앉게 되면 다 볼 수 있잖아요.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사람이 없으면 질서 없이 놔둔다고."

밤이 깊어가는 시각 또 다른 클린하우스를 찾았습니다.

69살 김순옥씨가 한 바탕 분류작업을 마치고 쓰레기통 사이에서 간신히 비바람을 피하고 있습니다.

눅눅한 습기와 함께 악취가 진동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환경을 지킨다는 긍지 하나로 작업을 이어갑니다.

<김순옥 / 클린하우스 지킴이>
"지금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니까 덜한데 더운 날엔 엄청나서 여기 앉지도 못해요. 막 추울 때, 눈보라 칠 때, 그럴 때 힘들죠."

<최국현 / 제주시 연동>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복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최우금 / 제주시 오라동>
"우리도 이 일을 할게 될지도 모르는데, 비올 때 의지하거나 겨울에 눈 오니까 피할 데 있으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도 해요."

클린하우스 지킴이들은 각 행정시나 읍면동에서 6개월마다 고용하는 기간제 근로자입니다.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지킴이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제대로 논의된 적조차 없습니다.

잠시라도 앉아 숨을 돌리려 하면 일을 안 하고 놀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에섭니다.

<김미성 / 제주시 환경미화팀장>
"아무것도 안 하고 의자에 앉아있더라, 잠깐 쉬는 것조차 그분들은 노는 걸로 생각도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만난 클린하우스 지킴이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화 / 클린하우스 지킴이>
"딱 분리할 것만 정확하게 분리하는 날 가져오면 참 좋은데 그렇지가 않아요."

<이봉순 / 클린하우스 지킴이>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자주 볼 사람이니까 그렇게 해주면 서로 좋은 거죠."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건 매서운 비바람을 피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김순옥 / 클린하우스 지킴이>
"될 수 있으면 겨울 때 조금 우리 들어가 앉아 쉴 공간이라도 마련해주면 고맙죠."

매일 늦은 밤까지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는 클린하우스 지킴이들.

<변미루 기자>
"기본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여려분들이 동네에서 마주치는 클린하우스 지킴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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