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4·3 배보상 청구대상 논란…유족 범위 '쟁점'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1.10.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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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이 명문화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작업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보상금의 청구대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혼란스런 상황을 감안하면 가족관계등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만큼 청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수용 여부입니다.

이번주 집중진단, 김용원. 최형석 기잡니다.

올해 71살인 현봉환 어르신은 4.3으로 인해 특별한 가족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1940년대 일본 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작은 아버지가 4.3때 마포형무소에 수감된 이후 행방불명됐는데 대를 잇기 위해 족보에 양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일한 가족이 돼 양부의 제사도 지내고 추념식에도 매년 참석했습니다.

<현봉환 / 4·3수형인 양자>
"아버지 저기 계시잖아요. 아니 그 아버지 말고 네 아버지. 그때 이제 양자로 들어간 것과 우리 양부라는 것을 알았고 이제 아버지 잘 모셔드려야겠구나 그런 심정으로 이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거죠."

마침내 양부는 공식적인 수형인 희생자가 됐고 최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명예가 회복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씨는 유족으로 여태껏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족보로는 아들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들이 아닌 조카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70여년 만에 정부가 4.3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을 약속했는데 유족이 아닌 이상 보상을 청구하거나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현봉환 / 4·3수형인 양자>
"어느 집안이든 당시 희생되신 분 결혼 안한 분에게는 집안이 다 양자로 입적했을 걸로 보는데요. (보상금이) 나올까 말까 지금은 모르겠고 변호사가 얘기한 걸로 봐서는 희망이 없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4.3때 6촌 형님을 잃은 김익준 어르신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대가 없던 형님의 후손을 자처해 수십년 동안 제를 지내고 벌초를 도맡으며 정성껏 모셨지만 유족은 될 수 없었습니다.

4촌 이내 혈족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유족이 아닌 이상 4.3과 관련된 어떠한 권리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4.3 배보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에도 제도에 막혀 형님의 억울한 희생이 또다시 묻히지 않을까 걱정과 원통함만 커져 갑니다.

<김익준 / 4·3희생자 6촌 동생>
"저 같은 경우가 저보다 더 열악하고 한 맺힌 분들이 계실 겁니다. 어쨌든 대표적으로 집안에 한 사람씩 정도라도 유족으로 특별하게 사실조사를 거쳐서 한 분씩은 해줘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근현대사의 비극인 4.3은 제주섬의 끈끈했던 가족 공동체를 한순간에 분열시키고 갈라놨습니다.

제주 4.3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 배보상작업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지만 당시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상당수는 가족관계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 벌써부터 혼란과 왜곡현상을 낳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제주 4.3. 특별법 개정으로 정부는 내년 첫 배보상액으로 1천 81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속조치로 용역을 통해 1인당 8천 960만원으로 가닥을 잡았고 제주 4.3 유족회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는 않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문제는 이제 배보상금의 청구대상입니다.

민법상 현재는 유족의 4촌까지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생자와 직계 혈족관계이지만 법적으로는 방계혈족이나 양자·양녀로 입양되는 등 호적상에 사실과 다르게 등록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당시 희생자와 배우자 간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호적 불일치 자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행방불명인, 또는 자녀가 없는 희생자들의 경우 5촌, 또는 6촌이 제사를 지내거나 벌초에 나서는 경우도 많지만 이들 대부분 이번 배보상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희생자는 1만 5천 400여명.

이 가운데 4분의 1 정도는 이같은 사연을 가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청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4.3 특별법 보완 입법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강철남 /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
"실제 가족 간 문제가 생길 수가 있거든요. 법적인 가족과 실질적인 가족의 차이, 호적의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 5촌이 대상이 되느냐 하는 문제들이 후속 입법을 통해서
연구용역을 기본으로 해서 담아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정부의 수용여부가 관건입니다.

민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청구대상을 확대하는 문제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4.3 특별법 배보상은 단순히 4.3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다른 과거사 사례의 선례로 추진되며 확산될 수 있어 부정적입니다.

어렵게 도입된 4.3 배보상 작업이 또 다른 갈등이나 혼란이 아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지혜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kctv 뉴스 최형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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