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NO중년 NO키즈' 자유인가 차별인가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12.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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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나이가 너무 적거나, 혹은 많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시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NO중년, NO키즈존인데요. 이런 문화가 제주에서 얼마나 확산됐고, 그 반응은 어떤지 둘러보겠습니다."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는 사이트입니다.

한 업체가 19살에서 38살까지로 나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체도 2030세대만 받고 있어 40대 이상은 출입을 금지한다고 안내합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혹시 40대인데 예약이 가능한가요?"

"아니요. 죄송한데 저희 30대 이하까지만 출입하는 곳입니다."

"주로 오시는 분들이 20대 초·중반인데 많이 불편해하셔서..."

"나이대가 40대지만 막 어르신 같아 보이진 않으시잖아요?"

관광객들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중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시각과 영업의 자유라는 시각이 상존합니다.

<이윤임 / 인천광역시>
"나이를 제한한다는 건 우스운 일인 것 같아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입장할 수 있잖아요."

<공지섭 / 대구시 달서구>
"상황이 다 있고 사람마다 성향도 다 다른데 무조건 40대 이상은 안 된다고 한다는 것은..."

<고현정 / 울산광역시>
"저도 젊었을 때가 있었으니까 젊은 사람 입장을 이해는 해요."

<관광객>
"그냥 안 가면 되니까. 사실 운영하는 사람 마음이죠."

업주를 직접 만나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4년 전부터 나이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는 안순범씨.

중년의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합니다.

<안순범 /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약간 술이 들어가면 옆에 있는 손님들이 엄청 불편해하시고 불쾌해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통제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지치는 거죠 제 입장에서는."

나이 제한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은 이미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노키즈존인줄 모르고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업체를 알려주는 지도까지 제작됐습니다.

카페는 물론이고 식당과 숙박시설까지, 시끄럽고 위험하다거나 가게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의 출입을 거절합니다.

<노키즈존 관계자>
"동네 분위기가 활발하다기보다 조용한 분위기라 폐를 안 끼치고 싶어서."

그렇다면 당사자인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윤예랑 / 제주시 이도동>
"꼭 가야 되는데 못 들어가면 불편하고 화날 것 같아요."

<양하은 / 제주시 아라동>
"아이들은 발언권이 없는데 차별하는 것 같고, 노(NO) 앞에 장애인이나 인종이 붙으면 논란이 되는데 왜 노키즈존은 안 되나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제주의 한 카페는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3살 이하 아동의 출입을 금지했다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됐습니다.

인권위는 이 카페의 조치에 대해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권고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나이나 성별, 국가 등을 이유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그동안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지만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표류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권 침해뿐 아니라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강성민 / 제주도의회 의원>
"사회적 갈등의 양상을 풀기 위해서 정부 차원이나 제주도의 경우 사회협약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으면 하고, 법과 제도로써 보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합의점을 찾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무조건적인 배제보다는 서로 부딪히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성숙하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소영 /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위 세대와 아래 세대가 존재할 때 서로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러한 갈등 과정, 부딪히는 과정에서 변화해야 하는 것이지 일부를 배제하고 몇 세 이상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영업의 자유냐, 차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NO중년, NO키즈존.

<변미루 기자>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 지금 필요한 건 함께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겁니다. 한번 세워진 사회적 장벽이란,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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