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문 닫고 텅 비고…공공 홍보관 '혈세 낭비'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2.01.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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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제주에서는 각양각색의 공공 홍보관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특수한 문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건데요.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제주도가 예산 70억 원을 투입해 지은 신재생에너지 홍보관, 이른바 CFI미래관입니다.

친환경 에너지를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하고 전기차 충전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서 작동하지 않는 시설들이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한참이 지나도록 마주치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백여 석 규모의 영상관에서 3D 콘텐츠를 관람할 수도 있지만, 다른 객석은 모두 텅텅 비어있습니다.

이곳의 연간 방문객은 지난해 하루 평균 7명.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45명에 불과합니다.

한해 운영비만 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 치고는 실적이 초라합니다.

<임동환 / 제주에너지공사>
"관심도 자체도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미래관을 운영하고 있고 홍보하다 보면."

서귀포농업기술센터가 예산 30억 원을 들여 지은 감귤홍보관입니다.

쏟아지는 눈을 뚫고 찾아갔지만, 재정비 기간이라며 셔터를 내려 놨습니다.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미리 연락을 하면 관람할 수 있다며 문을 열어줍니다.

가까스로 감귤 전시 공간을 둘러보지만, 모니터와 키오스크 등이 줄줄이 고장 나 제대로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감귤홍보관 관리자>
"이거랑 TV는 지금 수리 중이라서 아직 작동이 안 됩니다. (그럼 이건 고장난 거예요?) 네."

시설이 고장 나도 곧장 수리가 어렵고, 해설사들의 근무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마다 이맘때면 문을 닫아놓고 운영한다고 설명합니다.

<강경안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팀장>
"해설사들이 1월 말쯤에 오시거든요. (지금은 안 계신 거예요?) 네. 그 기간 동안 저희가 담당해야 되니까 그때 오시는 분들은 코로나 때문에 전부 전화를 주세요."

제주도가 예산 9억 원을 들여 지은 용머리해안 기후변화 홍보관입니다.

이번에도 임시 휴관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고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외부 시설물 곳곳이 녹슬고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찾아온 관광객들은 당황스럽고 아쉽습니다.

<박태은 / 관광객>
"궁금해서 보려고 했는데..."

<이재형 / 관광객>
"막상 보러 왔는데 닫혀 있는 거 보면 무슨 일인가 싶고 의아하죠."

관리자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매우 협소한 전시공간이 눈에 띕니다.

그는 위탁 계약 문제로 한 달간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김병무 /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사무국장>
"위탁 기간이 지금 끝났고요. 지금 재위탁 공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문 열고 싶다고 저희가 예산 있어서 임의로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영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두 시설의 방문객 수를 들여다봤더니, 기후변화 홍보관은 지난해 하루 평균 8명, 감귤홍보관은 그나마 박람회에 힘입어 31명입니다.

코로나 여파가 컸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이 1200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 이전의 80%까지 회복한 점을 고려하면 초라하기만 한 수치입니다.

유사 콘텐츠가 중복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의 물사랑홍보관과 제주도개발공사의 물홍보관.

또 감귤홍보관에서 고작 2km 거리에서 감귤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에 맞춘 비대면 콘텐츠 개발 등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활성화는커녕 사후 관리도 엉터리로 이뤄지면서 혈세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편에선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호형 /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 홍보관은 제주의 특성을 알릴 수 있게끔 만든 건데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공무원이나 도의회에서 같이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개선하는 방향을 연구해야겠죠."

무엇보다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의 질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서현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홍보관의 성격이 상업적인 테마관과 다르다 보니 접근을 하겠다는 니즈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홍보관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적 자료와 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변미루 기자>
"시작은 반짝 화려했지만 성과는 초라한 공공 홍보관. 문제점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들 겁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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