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창살 없는 감옥…조작간첩 피해자를 만나다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2.04.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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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대 (85세) 조작간첩 피해자 / 14년8개월 복역 2020년 재심 '무죄'>
"1966년 6월 16일. 장마철이에요. 막 안개가 꼈는데 누가 밖에서 이름을 불러요. 경대야 경대야 하는 거야."

4.3과 6.25 이후 행방불명 됐던 이복 형과의 만남.

목포를 지나 일본에 가서 함께 일하자는 말에 고향 예래동 앞바다를 떠나 고무 보트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경대 (85세) 조작간첩 피해자 / 14년8개월 복역 2020년 재심 '무죄'>
"아 목포 지날 만한 시간이 지났는데 그대로 가는 거야 배가. 그제야 형님 붙들고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하니까 그때야 얘기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기절 초풍할 정도로 마음에 변화가 오는 거야.
(뭐라고 얘기하던 가요?) 그때 해방군이라고 그랬죠. 해방군."

고향 바다를 떠나 밟은 땅은 목포도, 일본도 아닌 평안남도 남포였습니다.

<오경대 (85세) 조작간첩 피해자 / 14년8개월 복역 2020년 재심 '무죄'>
"그 사람들 얘기하는 초대소로 간 거죠. 소위 여기에서 얘기하는 간첩교육을 시키는 장소."

지병 치료약을 가지고 오겠다고 해 일주일 만에 제주에 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첩으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간첩의 꼬리표는 가족의 삶까지 옥죄였습니다.

<오경대 (85세) 조작간첩 피해자 / 14년8개월 복역 2020년 재심 '무죄'>
"아들이 이태리로 이민 가면서 늙은 부모를 두고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그 일로 인해 자기가 어찌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그렇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니 이해해달라고."

간첩을 만들기 위해 모진 고문이 자행됐던 제주경찰서.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강광보 어르신은 43년 전 그날이 또렷이 되살아 납니다.

<강광보 (82세) 조작간첩 피해자 / 5년4개월 복역 2017년 재심 '무죄'>
"곡괭이 자루, 야구 방망이같이 생긴 거. 꿇어앉으면 여기에 집어넣어. 그럼 꿇려 앉은 채로 수사관 두 명이 짓밟는 거야.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중앙정보부와 경찰, 군 보안대로 끌려가 두달 동안 계속된 고문 끝에 18년간의 재일교포 생활은 좌익 활동 전력으로 둔갑됐고 북한을 다녀온 간첩 혐의가 씌어졌습니다.

<강광보 (82세) 조작간첩 피해자 / 5년4개월 복역 2017년 재심 '무죄'>
"왜 큰딸과 장남은 연년생으로 태어났는데 셋째는 4년 터울이 난다 이거야. 4년 동안 저기(북한) 갔다 왔다 이거야."

고문의 후유증에 피해자들은 평생을 시달렸습니다.

1981년 58일간 불법 구금 끝에 7년형을 받은 김평강 씨는 이제 많은 기억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

<김평강 (83세) 조작간첩 피해자 / 7년 복역 2014년 재심 '무죄'>
"(기억이 잘 안 나세요? 판사가 선고하면서 뭐라고 했어요 그때?) 뭐..."

남은 가족들의 삶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양정옥 (79세) / 김평강씨 아내>
"1심에서 15년, 사형 구형해서 15년 선고. 야 15년까지 줄 거 있어? 우리 아무 죄도 없는데 나하고 같이 떨어져 살았으면 몰라. 같이 살고 같은 집에서 일하고 단지 목욕탕 갈 때 남탕 여탕 가는 거 밖에 안 했는데 이런 일이 어디 있는지 막 눈이 캄캄했지. "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가해자들의 사과는 없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봤지만 고문과 불법구금 사실에는 입을 닫았습니다.

<당시 수사관>
"(그분들한테 사과나 뭐 이런 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그 당시에는 법이 인정되고 지금은 법이 인정 안 된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변상철 / 수상한집 대표(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아직까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당시 수사관들이 현재 제주에 피해자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 수사관들을 통해서 실적을 쌓았던 공안 당국 역시 지금까지 진심 어린 사죄를 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밝혀졌어요. 화해는 안됐습니다."

4.3 1세대들의 가족, 재일 교포라는 이유로 조작 간첩의 표적이 됐던. 제주 그리고 피해자들.

재심에서 무죄 판결로 명예는 회복됐지만 여전히 창살 없는 감옥에서 치유받지 못하고 있는 조작간첩 피해자들입니다.

<오경대 (85세) 조작간첩 피해자 / 14년8개월 복역 2020년 재심 '무죄'>
"영혼 없이 살았어요. 내 주장이라는 건 하나도 없이 그저 하라는 대로."

<강광보 (82세) 조작간첩 피해자 / 5년4개월 복역 2017년 재심 '무죄'>
"드러내기 싫은 거야. 옛날 일을.. 왜 끝난 일을 또 들춰내느냐."

흐릿해 가는 기억 속에서도 꼭 묻고 싶은 한마디...

<김평강 (83세) 조작간첩 피해자 / 7년 복역 2014년 재심 '무죄'>
"왜 죄 없는 사람들 잡아갔어?"

하지만, 이 물음에 아직 그 누구도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메라 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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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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