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획 '어멍' ①…제주 여성 피해 '현재 진행형'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4.12.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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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V제주방송은 송년특집으로 4.3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제주 여성들을 조명하는 기획 뉴스를 마련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제주 여성들은 4.3 시국을 온 몸으로 겪었고 생존에 내몰린 채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희생자 지정 등 각종 제도권에서 보호받지 못했고 4.3 여성들이 피해 회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4.3 당시 705명이 희생된 서귀포시 안덕면의 대표적인 잃어버린 마을인 동광리 무등이왓.

화전을 일구고 목축을 해온 마을은 4.3에 의해 300년 설촌 역사가 한 순간에 사라졌습니다.
1948년 10월, 중산간 소개령과 11월 17일 제주에 주둔했던 제9연대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는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불과 나흘 뒤인 1948년 11월 21일 무등이왓에도 계엄군이 들이닥쳤습니다.

주민 100여 명이 억울하게 희생됐고 130여 세대가 살던 집들은 모두 불타 없어졌습니다.

"대나무들은 죽지 않고 다 살아있고 사람들은 다 돌아가버리고. 아이고 이렇게도 될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어."

무등이왓 초토화작전 생존자인 강춘화 어르신도 당시 온 가족이 폭도로 의심 받자 해안가 대신 산속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4개월 넘는 피신 생활은 추적하던 군경에 발각됐고 가족 9명을 잃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할아버지에게 총부리를 겨눈 군인과 경찰의 모습은 7살 손녀에게 두려움과 공포로 각인됐습니다.

[강춘화 4·3 유족(83세)]
"순경 한 명 앞에 서고 우리가 굴에 있던 사람들이 열 지어서 내려가는데 돌아보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총으로 팡팡 쏴 죽여서 두 사람이 들어서 굴 속으로 픽 던졌어."

성인 남성은 죽거나 행방불명됐고 여성과 아이들은 당시 민간 최대 수용시설이던 제주읍 주정공장으로 끌려갔습니다.

"내려오면 살려준다"는 선무공작에 속아 중산간 주민 6천 14명이 산에서 내려왔고 이 가운데 절반인 3천 여 명이 주정공장에 갇혔습니다.

수용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이상 많았습니다.

없던 죄도 만들어내던 수용소에서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대신해 여성들은 매일 고문과 취조, 폭행을 당했습니다.

[강춘화 할머니]
"말만해도 섬뜩해. 난 그걸 보고 고모, 이모들이 하도 매맞고 하니 아이고 섬뜩해. 그 때 처녀들은 더 얼먹었어.
주정공장에서 풀려났지만 살아도 산게 아니었습니다. 해안 마을에서 이들은 폭도라는 낙인이 찍혔고 다시 산으로 돌아왔지만, 삶의 터전은 무너지고 공동체는 해체됐습니다.

7살 소녀는 호적에 이름 석자 갖지 못했고 학교를 다니거나 배움의 기회조차 배제됐습니다.

남자가 절멸한 공포를 경험한 생존 여성 가족들은 자녀의 이름을 짓거나 교육을 받게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기무꾸(일본 이름) 밖에 몰랐고, 아이고 공부도 못하고 이름도 없이 살다가 동광리 올라오니 친척 할아버지가 호적에 올리면서 이름을 '춘화'라고 지어주니까 지금 사람들은 춘화라고 부르지. 옛날 죽어버린 어른들은 모두 기무꾸로 밖에 몰라."

4.3이라는 시국은 강 어르신을 비롯한 제주 여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허영선 / 전 4·3연구소장]
그분들이 그 당시에 어린 소녀였습니다. 이 어린 소녀들이 곧바로 그 또래의 즐거움 그리고 그 또래가 갖춰야 할 어떤 행복감 누려봤을까요?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전 생애 자체가 완전히 뒤틀려버리게 만든 게 이 4·3이란 말이에요."

70여년 지나 4.3 희생자 신청을 했지만 주정공장 수용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정부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4.3 희생자 1만 4천여 명 가운데 20%에 불과한 4.3 여성의 피해와 희생을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유철인/제주대 명예교수]
"실제로 여성들은 자신의 자식이나 남편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는 고통이 많기 때문에 단순하게 희생자 숫자만 가지고 여성들의 피해를 생각할 수 없고 훨씬 더 큰 피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3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지만 아픔도 드러내지 못한 채 생존에 내몰렸고 제도권에서조차 보호받거나 치유받지 못하는 제주 어멍들의 4.3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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