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획 어멍 ②'성착취·고문 학대까지'…강요된 침묵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4.1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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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V가 송년특집으로 마련한 4.3 당시 제주 여성들을 조명하는 기획뉴스 오늘은 두번째입니다.

4.3 여성들은 학살 현장에서 죽음의 목격자이자 남편과 아들을 대신해 모진 고문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인권 유린 피해 실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고 가부장적 시대상에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말 위에 앉아 있는 제복 차림의 남성들.

도로 한 복판을 점령한 기마 경찰과 달리 사진 구석, 돌담에 바짝 붙어 물허벅을 지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제주 여성이 있습니다.

[허영선 /전 4·3 연구소장]
"낯선 기마경관만 봐도 얼굴을 돌리고 회피해서 지나가잖아요. 왜일까요? 표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한 가정에서 딸들이 많은 가정 속에서 얼굴이 반반하게 생겼다 이러면은 남아나지 않았어요. 반드시 주목을 합니다."

1948년 말 계엄령 국면에서 20살 처녀는 좌익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강경진압 토벌 사령부의 중심이었던 농업학교에 갇혔습니다.

죽음의 천막으로 불리던 수용소에서 즉결 처형을 기다리던 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양영자 96세]
"내일은 벽돌집, 석방시켜 줄 거니까 좋은 집으로 갈 거라고. 한차로 실어다가 19일 날. 날도 안 잊어버려. 섣달 12월 19일 날 서문통 내창에 데려가서 팡팡 쏴 죽였어."

돌아온 고향은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북에서 온 서북청년단, 그리고 군인과 경찰의 2차 가해와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양영자 96세]
"그러니까 말 안들으면 또 보내버리겠다고. 4·3 순경이 그렇게 했었지. 버젓이 부인 있는 사람도 나한테 장가들겠다고 하니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동네에 살면서 처자식도 있는데 딸을 줄 수 있느냐 그래도 억지 부렸어. 아이고 나 며칠 밥도 못 먹고 막 무서워하니까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우리 어머니."

남은 가족의 생존, 유지를 위해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강제 결혼을 강요 받았던 여성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강춘화 4·3 유족(83세)]
"그 순경들 그렇게 하니까 안가잰 해도 우리 죽여버릴까 봐 우리 고모 시집 안 가면, 친척들을 죽여버릴까 봐 할머니가 시집 가라고 한 거야."

[강경숙/젠더플러스연구소 대표]
"남성 가족을 대신해서 폭력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이런 사례들. 그리고 강제 결혼을 당하기도 했고요. 그런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성적 폭력으로 드러났고."

혼인한 제주 여성들은 군경의 또 다른 표적이 됐습니다.

양중윤 어르신은 결혼 4년차였던 1948년 10월, 남편이 행방불명 되자 당시 수용소였던 옛 화북국민학교로 끌려갔습니다.

생애 첫 전기에 대한 경험을 집도 마을도 아닌 고문장에서 겪었습니다.

[양중윤 4·3 유족(100세)]
"전기 고문하려고 손목을 내밀라고 하니 손목을 잡고 전깃줄을 감아. 어떻게 했는지 몸에 차르르 전기가 올라오면 애기 안고 그냥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면 말한다고 와서 두들겨 패고."

품에 안은 두 살 아들을 살리고자 온 몸으로 고문을 막아내고 버텨냈던 그날의 기억은 70여 년이 지나 처절한 몸부림으로 되살아납니다.

[김은실/이화여대 명예교수]
"피해자의 가장 중요한 범주가 죽음을 당한 자. 혹은 죽은 자들이잖아요.근데 이제 죽은 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과정을 다 목격한 목격자로서의 여성. 저는 그들 또한 어마어마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제주 여성은 4.3 성착취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인권 유린 실태는 4.3 역사에서 축소 은폐되거나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조차 한줄 기록으로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나 고문 학대의 고통을 드러내는 건 가족은 물론 마을, 심지어 공동체의 수치로 여겨지던 시국에서 여성들은 더욱 움츠리고 입을 굳게 닫아야 했습니다.

[김성례/서강대 명예교수]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이런 말까지 심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국가의 폭력적인 성 정치에 의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말도 할 수 없게 만든 거죠. 그게 소위 국가 권력의 가부장적 폭력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쉬쉬대고 연구가 정말 없습니다."

국가 공권력과 가부장제 폭력 피해를 겪은 1세대 여성들의 아픔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4.3 이후의 생애사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이름 없는 희생자의 비석처럼 누군가의 아내, 딸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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