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V는 지난 이 시간 외곽지역에 늘고 있는 빈집과 미분양 주택을 통해 읍면 소멸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읍면 지역에선 이처럼 빈집이 넘쳐나고 있는 반면 도심에선 주거비 부담에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거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은 일자리, 교육 등과 함께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지우 기자입니다.
제주 출신의 20대 청년으로 서울에서 유명 가구 회사의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오재원씨.
재원씨가 거주하는 이 집은 14㎡로 평수로 환산하면 4평 남짓의 작은 원룸입니다.
또래 청년들이 그렇듯 매트리스와 책상, 옷가지 정도만 있는 단출한 살림인데도 협소한 주거 공간으로 집안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세탁기는 신발장 옆 씽크대 밑 공간에 설치돼 있고 신발은 따로 보관할 곳이 없어 현관문에 걸려있습니다.
벌써 이곳에서 지낸 지도 3년째.
하지만 불편한 건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 오재원 / 제주 출신 청년>
“이전에 부모님하고 살았던 집의 방보다도 사실 집이 좀 좁거든요. 좁다 보니까 가끔 이제 잠자기 전에 이렇게까지 살아야되나 좀 생각이 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재원씨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서울살이를 고집하는 건 우선적으론 일자리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임금 대비 주거비용과 직장 접근성, 교육환경 등 전체적인 주거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즉, 제주와 서울 모두 내 집 마련의 부담이 크다면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임금이 있는 수도권에서의 삶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3.3㎡당 2천600여만원.
수도권인 경기, 대도시 부산을 웃돌며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8개 도지역 평균 분양가와 비교하면 평당 1천만원 이상 비싼 가격입니다.
반면 근로자 1인당 임금은 지난해 4월 기준 320여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평균과도 약 90만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주거비 부담은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제주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75.6 가구당 적정 부담액의 75.6%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6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 기간 제주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인 건 서울이 유일하고 세 번째로 높은 경기도의 오름폭은 제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 가격마저 급등해 청년들에게 제주는 ‘살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인터뷰 : 오재원 / 제주 출신 청년>
“만약에 같은 집값이라고 한다면은 저는 솔직히 제주도에서 일하는 건 조금 메리트가 많이 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서울에서 돈을 조금씩 모으다 보면은 그래도 서울에서 인접한 지역에 대출 껴서 최대한 서울에 가까운 곳에 사는 게 꿈이고요.”
결국 제주 인구는 지난 2023년 청년층을 중심으로 14년 만에 순유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유출 규모가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 강권오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제주 지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전입 인구 감소라고 볼 수 있는데요. 2023년 기준으로 제주도 내 전입 인구 감소분의 25.3%가 30대 청년층에 좀 집중이 돼 있습니다. 30대 청년층이 감소한다는 것은 이제 지역 내 핵심 생산 연령 인구가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제 주로 생산 이제 출산을 담당하는 연령대가 이제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 감소와 더불어 사회 감소도 이제 감소할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인 거죠.”
청년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방치 빈집이 1천100채, 미분양 주택은 2천600채를 넘어서는 등 집이 넘쳐나는데도 집 없는 사람의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합니다.
지난 2023년 기준 도내 무주택 가구는 43.9%로 서울과 대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반면 주택을 2건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2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 전성제 /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아무래도 자가보다는 차가로 있을 경우에 주거 불안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이제 더 중요한 부분인데 이제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소유율이 낮으면서 이제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나오는 부분들이 약간 오히려 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시장이 이제 고공행진을 하거나 가격이 좀 높게 그렇게 되는 부분에 있어서 양질의 주택 재고가 부족하다는 부분이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빈집은 넘쳐나는데 살 곳은 없는 기현상.
주거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이 지역소멸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KCTV뉴스 김지우입니다. (영상취재 박병준, 그래픽 소기훈)
KCTV는 개국 30주년을 맞아 지방소멸을 주제로 기획뉴스를 선보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교육, 주거환경 등이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핵심 문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번 기획에선 특히 주거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을 짚고 인구 유입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 순서로 사람 없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 읍면 소멸의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김지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입니다.
사람이 떠나고 비둘기가 점령한 3층짜리 폐허 건물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또 다른 건물은 덩굴에 완전히 잠식됐습니다.
마을 내 한 주택으로 들어서자 마당에는 수풀과 나뭇가지들이 무성하게 자라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관리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곳곳에 녹이 슬고 지붕은 페인트가 벗겨졌습니다.
집 내부는 옷가지와 각종 생활용품 등이 널브러져 있고 쓰레기와 먼지도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달력은 2008년 12월에 멈춰있습니다.
1년 넘게 전기와 가스 사용량이 없는 빈집으로 거주자가 떠난 이후 방치돼 이제는 흉가가 됐습니다.
이 주택을 중심으로 반경 200미터 안에는 이 같은 빈집이 열두 채나 몰려 있습니다.
늘어난 빈집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 김기생 / 마을 주민>
“예전에는 마을에 활기가 있었는데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빈집도 생기고...”
<인터뷰 : 김열자 / 마을 주민>
“빈집을 좀 저렴하게 누구한테 주든가 하면..마을에 사람이 더 들어오면 우리야 좋지..”
제주도가 지난해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년 이상 방치된 곳은 1천 100채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66%가 농어촌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읍면 단위로 보면 한경면에 가장 많은 9.5%가 분포하고 있고 뒤를 이어 한림읍과 애월읍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탠드업: 김지우>
"사람이 살지 않아 비어 있는 집은
이처럼 외곽지역의 오래된 주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영어교육도시에서 차로 10분여 떨어진 한경면에 신축 주택.
준공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난 2월 기준 전체 99세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세대가 분양되지 못하고 비어있습니다.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2천600세대가 넘는데 이 가운데 58%가 읍면지역에 몰려있습니다.
2천800세대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읍면지역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늘어나는 건 인구 감소가 주요 원인입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 규모는 1천74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인구 순유출 규모는 3천360여명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도내 43개 읍면동 가운데 22곳이 인구 감소 위험 지역입니다.
이중 13곳은 고위험 지역이며 9곳은 감소위험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읍면지역은 3곳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감소 위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인터뷰 : 김세일 / 제주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3년간 읍면동별로 주민등록인구가 얼마나 늘었고 줄었는지 살펴봤을 때 읍면 지역과 원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70% 이상의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애월읍과 조천읍을 포함한 일부 읍면 지역과 아라동과 연동 등 이제 도심 지역을 포함한 9개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구 유출로 빈집이 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외지인을 겨냥한 고분양가 주택들이 공급되면서 미분양까지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구 감소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 전성제 /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선호되는 지역에 선호되는 주택을 공급하거나 재정비한다 하는 것은 민간에 충분히 맡겨 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닌 지역들 같은 경우에는 공공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더 커져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제주시의 구도심이라든지 제주시의 관광지로서 각광받지 않는 일반적인 농어촌 지역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사실 이제 그런 것들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엄밀히 잘 고려를 하면서 거기에 맞추어서 정부가 민간에 맡길 것은 맡기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서 재정비를 하든지…"
읍면지역의 심화되고 있는 빈집과 미분양 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마을은 사라지고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KCTV뉴스 김지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