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불일치 유족 70여 명…"쓸쓸한 싸움 중"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12.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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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4.3 특별법이 개정되며 내년부터 희생자에 대한 보상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엉켜버린 가족관계 문제로 여전히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4.3유족회가 실시한 첫 실태조사에서 희생자와 호적이 불일치하는 유족 78명이 확인됐습니다.

변미루 기자가 보도합니다.

4·3의 광풍에 아버지가 총살되고 5개월 뒤 태어난 김정희씨.

당시 호적 없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이름뿐인 가짜 아빠를 호적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엉켜버린 호적 탓에 김 씨는 지금까지 70여년 세월을 아버지의 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희 / 제주시 애월읍>
"너무 억울하지. 나 매일 울면서 살아요. 제외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구한테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김 씨처럼 호적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아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78명의 존재가 4.3유족회의 실태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4.3특별법 개정안에 가족관계 인지청구 특례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뒤틀린 호적을 바로잡지 못한 실질적 유족들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4.3이 발발한 1940년대 생이 8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성 유족의 비율이 77%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오화선 / 제주4·3연구소 자료실장>
"그 짐이 딸들한테 더 지워졌다는, 가혹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딸들은 성장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정보 접근성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관계를 정정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절반이 넘었습니다.

행방불명인의 유족은 유전자 검사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복잡한 절차와 정보의 부족으로 도중에 포기하거나 묘가 있더라도 차마 파헤치지 못해 체념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현혜경 /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대다수가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고 기관에 문의하고 정정 노력을 하기 위해 일생의 과제로 여기고 노력했지만 실패 사례가 많다는 겁니다."

이제는 가족관계를 증언해줄 이들조차 대다수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

추가적인 전수조사와 함께 4.3특별법 재개정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오임종 / 제주 4·3희생자유족회 회장>
"보상이 문제가 아니고 뿌리를 제대로 찾아드리는 게 마지막으로 해야 될 일이 아닌가. 특례가 제대로 만들어져서 가족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과거사를 정리할 수 있도록."

70여 년 고통의 세월에도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한 유족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쓸쓸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CTV뉴스 변미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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