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일의 국가 지정 민속마을인 성읍 마을의 주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국가문화재라는 이유로 엄격한 건축 규제 속에 수십년째 화장실이나 수도도 없는 초가집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 둘 마을을 떠나면서 방치되는 빈 초가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용원 기자입니다.
제주 전통 초가 3백여 가구가 모여 있는 성읍마을.
지난 1984년 제주 유일의 국가 민속마을로 지정됐습니다.
보존 가치는 높지만 문화재로 지정된지 40년이 다 돼가면서 주거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초가집 내부입니다.
벽과 천장에 양팔과 머리가 거의 닿을 정도로 방은 비좁습니다.
그 흔한 보일러실이나 수도시설, 심지어 화장실, 세면대도 없습니다.
<김명호 / 성읍1리 개발위원>
"밖에서 싱크대 겸해서 수도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고 화장실도 저 뒤쪽에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어린 가구가 형성이 안됩니다. 뭐 공부방도 없고. 1평 남짓합니다.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50년도 더 된 옛 초가집은 요즘 살림살이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옷과 물건들로 가득찬 방은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홍상표 / 마을 주민>
"옛날 집이라서 낮으니까 가구를 집어넣을 수가 없어. 가구를 잘라야 되니까. 안에 뭐 놔두면 곰팡이 피고 마른 옷도 집 안에 두면 습기 차서 젖어버린다고..."
전통초가는 문화재여서 사유재산임에도 내맘대로 집을 고치거나 시설를 보수할 수 없습니다.
원형을 바꾸거나 훼손하는 건 문화재법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집을 손대지 못하니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집 밖에 야외 화장실이나 세탁실, 창고 등 7백개가 넘는 임시시설을 지었지만 모두 철거 대상입니다.
<김춘화 / 마을 주민>
"도로 만든다고 초가집을 철거했는데 철거하면서 우리가 집을 지어야 하는데 초가집인데 슬레이트 지붕을 올려서 집을 지으니까 벌금 내놨어. 옛날 옛날에..."
<김용원 기자>
"생활 불편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성읍마을에는 비어있는 초가집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읍마을 보존구역 약 80만 제곱미터에 있는 초가 3백여 가구 가운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10%인 30 가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비어있거나 노후된 초가 40여 가구를 매입했지만 이후 마땅한 활용 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존과 주거권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성읍마을.
불편과 피해는 문화재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영상취재: 좌상은)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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