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V는 그동안 4.3 가족관계 문제에 주목해왔습니다.
호적 불일치. 혼인 미신고 같은
뒤틀린 가족관계 때문에 2차 피해를 입는 유족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가족관계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 보도 이후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국회에서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친생자에 대해 가족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친생자를
어떻게 확인하고 입증하느냐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KCTV는 후속 보도로 뒤틀어진 4.3 가족관계의 입증 수단과
회복 방안 등을 짚어보는 기획 뉴스를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족보나 묘비 같은 수단으로
친자관계 입증이 가능한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1948년 11월 22일 소개령으로 마을이 불타 없어지자
산도 무섭고 해안도 무서웠던
어음리 주민 30명은 빌레못굴로 들어갔습니다.
동굴 속 온기는 금세 밖으로 새어나왔고
군경 토벌대의 살려준다는 말에
동굴을 나온 주민 29명은
1949년 1월 16일 동굴 입구에서 집단 희생됐습니다 .
당시 2살이던 송철응 유족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송철응 4·3 유족(76세)>
"아래 내려가면 경찰관들이 다 데려가 죽인다고 하니까
겁이 나서 올라와버린 거예요.
올라와서 여기로 와버린 거예요.
결국 여기서 죽었죠."
그 날이 아니었다면
7년 동안 이름 없이 살지도,
큰 아버지가 지어준 철응이라는 이름으로
호적상 큰 아버지의 아들이 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이를 바로잡고자 했지만
아버지의 유해는 화장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었고
친자 확인 소송도 문턱이 높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족보가 유일했습니다.
<송철응 4·3 유족(76세)>
"족보에는 진짜 희망이 있잖아요.
족보에는 집안의 것이지만
족보에는 희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호적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거지.
족보가 필요 없다는 거니까. 그게 문제잖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4.3 가족관계 불일치 유족 가운데
족보를 통해 회복된 경우는 없습니다.
<고성효 변호사>
"지금 법원에서도 DNA 검사를 해서 친자관계가 확인돼야 친자관계를
인정해 주는데 때에 따라서는 다른 증거로 입증도 가능합니다.
일반사람들이 족보를 아주 중요한 증거로 생각합니다만
법조인들은 중요한 증거로 생각을 안 합니다."
나라가 외면할수록 더욱 아버지의 아들이고 싶었습니다.
한날 한시에 돌아가신 친부모 비석에 아들로 이름을 새겼습니다.
친족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세상이 알아주길 바라며 정성껏 부모를 모셨습니다.
<송철응 4·3 유족 (76세)>
"와서 드릴 말씀이 있을 수가 없죠. 뭐라고 얘기합니까.
이런 세상이나 시국이 올 줄도 몰랐고 원대복귀를 시켜줬으면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섭섭할 뿐이죠."
이 같은 호적 불일치 유족의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폭 넓게 열린 건 다행입니다.
지난해, 가족관계 실태조사 결과
호적과는 달리
족보나 비석에 친자 관계가 있어
가족관계 입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50 여건의 사례가 각각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중이나 종친회가 있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없고
역사가 오래된 족보나 비석은
법원에서도
경험칙상 증거로 인정하고 있어
4.3 가족관계 회복의 중요한 입증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씽크:김민재/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예를 들어 DNA 같은 과학적 입증 방법이 있으면 가장 좋죠.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유전자 검사가 가장 높을 테고 그 외에 족보나 비명이나 기록에 남아있는 것을 참고할 수도 있고... "
뿌리를 되찾고자 75년을 기다려온
유족들은 하루 빨리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KCTV 뉴스 김용원입니다.
김용원 기자
yy1014@kctv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