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지에서 무고하게 희생됐던 제주4.3희생자의 유해가 가족의 품에 안겨 오늘 고향땅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제주가 아닌 지역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4.3희생자로 확인된 첫 사례입니다.
보도에 허은진 기자입니다.
제주공항 대합실 문이 열리고 유골함을 품은 유족들이 무거운 발길을 옮깁니다.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돼 74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 고 김한홍 씨의 유해가 제주로 봉환됐습니다.
<김수열 /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헌시)>
"조반상 받아 몇 술 뜨다 말고 그놈들 손에 질질 끌려 잠깐 갔다 온다는 게 아, 이 세월이구나 산도 강도 일곱 구비 훌쩍 넘었구나"
김 씨의 고향,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에서 거행된 봉환식.
유가족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자리를 가득 채웠던 마을 주민들은 유족을 껴안으며 위로를 건네고 제주 전통방식으로 영령을 대접하며 예를 표합니다.
74년 만에 돌아온 집은 터만 간신히 남아 있습니다.
<백여옥 / 故 김한홍 씨 며느리>
"4·3에 돌아가실 시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무 죄도 없는데 끌려가서…. 억울한 건 한이었지만 이렇게 만족스럽게 유해를 찾아 줘서 (고맙습니다.)"
곱게 쌓인 이름 없는 유골함.
한동안 행방불명인이었던 고 김한홍 씨의 이름표가 붙여집니다.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4.3희생자의 신원이 파악된 건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이순덕 /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유가족이나 모든 국민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유해가 (유전자 감식 대상) 70구 안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 분밖에 없어서. 앞으로도 많이 참여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4.3 수형인 명부를 통해 확인된 행방불명 수형인은 1천700여 명.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신원이 다행히 이제라도 확인된 겁니다.
<고희범 /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그 습한 골령골 지하에서 유해가 손상되지 않은 채 저희를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전에서 함께 학살당하신 300여 4·3 영령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 4.3수형인 기록이 남아 있는 광주와 전주, 김천 등 도외 지역에 대해서도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KCTV뉴스 허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