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서
연인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교제 폭력이 반복되다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는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제도적 장치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김경임 기자의 보도입니다.
지난 16일,
제주시 아라동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20대 여성.
흉기를 휘두른 건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였습니다.
피해 여성은
교제 기간 5건의 교제 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관계성 범죄 관리 대상자로 분류돼
학대 예방 경찰관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교제 폭력 신고를 한 건 지난 3월.
이를 마지막으로
3개월 동안 더 이상 신고가 없고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서
경찰은 관련 매뉴얼에 따라
지난 7월,
관리 대상에서 해제했는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살해당했습니다.
반복된 교제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진 겁니다.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학대예방 경찰관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피해자 동의 없이는 모니터링 등을 강제할 수 없고,
특히 연인 관계의 특성상
단순히 폭행 신고만으로는
경찰 차원에서
접근금지 등 임시 조치도 할 수도 없다보니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최근 3년 사이
제주에서 접수되는 교제폭력 신고는 한해 평균 1천여 건.
하지만 실제 검거율은 20% 안팎에 그칩니다.
별도의 처벌법이 있는 스토킹과는 달리
교제 폭력은
일반 폭력 범죄로 구분돼
형법상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문기철 / 제주경찰청 여성보호계장>
"법률이 없다 보니 일반 형법밖에 적용할 수 없고, 폭행 협박이 있더라도 단순 폭행 협박의 경우에는 반의사 불벌죄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불원하면 저희 경찰이 법 집행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에서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교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들은
피해가 발생하면
접근금지 조치 등을 통해
가해자로부터의 보호받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이별을 요청하는데 그쳤고,
경찰이나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저조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 이연화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제 폭력 가해자 처벌에 대한 명확한 법률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에 있고 이런 법률이 제정돼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교정이나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교제폭력.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사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제도 보완과 함께
명확한 법률 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
KCTV뉴스 김경임입니다.
(영상취재 : 김용민, CG : 박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