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들을 자식처럼 품에 안고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더 이상 머물 곳을 찾기 어려워졌고
입양도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열 마리의 유기견과 보호자는 막막한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주시 외곽의 한 과수원.
작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버려진 유기견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한 시민이 직접 손수 집을 지어주고
하루 두 번 사료를 챙기며 돌본 덕분입니다.
사람들의 외면으로 거리에 버려졌던 생명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곳입니다.
하지만 그 보금자리가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과수원 임대 계약이 종료되면서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보호자는
주변에 빈 창고나 과수원을 수소문했지만
유기견 보호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입양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인기 있는 품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양 문의조차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나태진 / 유기견 보호자 ]
"유기견들이 뭐 품종이 있는 강아지들이 아니다 보니까 예쁘고 좀 있어 보이는 그런 강아지들을 선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뜻 입양을 받아주겠다는 분도 찾기 어려웠고 그리고 입양되더라도 다시 파양돼서 오는 경우도 있고... "
결국 10여 마리의 유기견은
여전히 그의 손길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료값만 매달 수십만 원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보호소에 맡길 생각은 없습니다.
일정 기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되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인터뷰 나태진 / 유기견 보호자 ]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공고가 뜨고 어느 정도 시간을 주는데 입양이 안 될 경우나 파양될 경우에는 안락사를 시키는 소식을 여러 번 들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살피는 입장에서 그런 상황이 예측이 되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보내기가 좀 망설여지고... "
유기견들을 자식처럼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매일같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작은 손길이 이어질 때,
버려진 생명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올겨울 작은 기적이 얼어붙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합니다.
KCTV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