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골목의 전쟁, 위기의 자영업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0.01.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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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한집 건너 한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킨집이 포화 상태입니다.
바로 우리나라 자영업의 실태를 대변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취재해보겠습니다."

3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치킨집을 차린 70대 노부부.

생활비를 벌어 보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주변에 경쟁 업체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허홍렬 / 치킨집 운영>
"자꾸 생기니까. 해먹을 게 없으니까
이게 잠깐 배우고 하기 쉬우니까
많이들 하는 거예요.
처음에 3년 전에 왔을 땐 잘 됐고,
작년에 더 안 됐고, 올해 더 안 되고,
자꾸 이제 매출이 줄어드는 거예요."

현재 제주에서 운영되고 있는 치킨집은 모두 1천 600여 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밀집도가 높습니다.

배달 비중이 높아 임대료 부담이 적고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에
창업자들이 몰리는 겁니다.

이런 치킨집 열풍을 빗대
'기승전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변미루 기자>
“이곳은 상가와 주택이 밀집된 지역인데요.
실제로 얼마나 치킨집이 많은지
주변을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반경 50m 거리에서
치킨집이 모두 5개나 운영되고 있습니다.

<△△치킨 점주>
"최고의 간식이 치킨, 피자잖아요.
서로 나눠먹기 하는 장사다 보니까
매출도 많이 떨어졌죠."

<□□치킨 점주>
"최근에 저기도 00치킨이라고 있었는데,
거기도 문 닫았고, 그리고 문 닫아서
또 새로운 치킨 집이 생겼고요."

극한 경쟁이 벌어지는 건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집니다.

전국 최고 밀집도를 보이다 보니
창업한 지 3년 안에 문을 닫는 가게가
3곳 가운데 2곳에 달할 정돕니다.

폐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커피 점주>
"저희 (창업)하고 나서 대형 커피숍이 걸어서
1분 내에 2개가 들어왔으니까 아무래도 힘들죠?
인건비 주면 적자날 걸 할 필요는 없잖아요."

<□□커피 점주>
"외식하는 횟수도 많이 줄고,
그리고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이제 직원들 데리고 있기가 힘든 상황이 왔거든요."

대출까지 받아 무작정 가게를 차렸다가
빚만 남고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강성우 / 폐업 전문 컨설턴트>
"시설 권리금을 많이 투자해놨기 때문에,
권리금 회수가 안되지 않습니까?
회수가 안되다 보니까 잔여기간에
뭐라도 해서 좀 남겨보겠다.
고정비용이 계속 증가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이 희망보다는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지난 2018년 제주에서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 수는 1만 3천여 명.

전국적인 감소세와 달리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폐업을 전문적으로 정리해준다는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처분한 물건을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해
창고에 이어 야적장까지 동원했습니다.

며칠 전 식당에서 처분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앳된 강아지들까지,
참담한 흔적만 남았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런 냄비 같은 기본적인 가제도구부터
세탁기, 그리고 업소에서 쓰는 냉장고까지
가득 쌓여 있습니다."

<폐업 정리업체 관계자>
"분위기 다 인상 쓰고요. 망연자실하고.
돈이 있는 상태에서 나가시는 게 아니고
망해서 나가니까 물건 가져올 때도
뭐 씁쓸하게 가져오죠."

과열된 창업과 과다한 폐업.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자영업의 몰락을 그대로 둘 건지,
아니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건지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때 정부가 일부 업종의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지만,
위헌 논란 속에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편의점에 한해 10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 규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엇갈리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겁니다.

<조장희 /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교육을 실시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진입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뛰어드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아야 되고요."

흔히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불리는 자영업.
한번 무너지면, 지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변미루 기자>
"오늘도 많은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골목의 전쟁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자영업 생태계를 바꿔 나가기 위한
안정망이 시급합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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