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오프닝 영상 7초>
<스탠딩 : 변미루>
"천년의 역사가 담긴 제주성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원사업은 지금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일제에 의해 성문이 사라지고
이제는 콘크리트 건물에 뒤덮인 제주성.
사라지는 역사적 유산을 발굴하기 위해
10년 전 제주성 복원사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제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잇따라 연구 용역을 실시하며
제주성을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구상들을 쏟아냈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변했을까?
조선시대 군사지휘소이자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된 운주당 터를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4년 전 발굴조사를 끝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유적지 훼손을 막기 위한 그물망은 곳곳이 벗겨져 있고
부지 안에는 텃밭까지 조성돼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발굴조사를 시작해
3년 뒤 32억 원을 들여 토지 매입까지 끝냈지만
이후 예산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왕의 전패를 모셨던
국권의 상징, 영주관 객사터를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예산 4억 원을 들여 발굴조사를 벌였지만
객사터 추정 장소가
도로와 학교 경계까지 포함돼
추가 발굴에 어려움을 겪자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복원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발굴 현장이 방치되면서 민원이 발생하자
잔디를 깔아 시민들에게 개방했습니다.
<인터뷰 : 인근 주민>
"(여기 뭐하는 곳인지 아세요?) 잘 모르겠어요. 막 개들 데려오더라고요. 잘 모르겠어요."
<인터뷰 : 고인필 / 문화재 지킴이>
"시민들 이용하는 사람 없어요. 왜냐하면 여기 무슨 벤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풀밭밖에 없는데."
인근 상인들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 임옥분 / 인근 상인>
"(복원을) 굉장히 추진하다가, 뭐든지 그러더라고요. 행정이나
사람들이 바뀌게 되면 그 전에 사업은 다 무마되더라고요.
뭘 보고 여기가 영주관 객사터라고 아무리 사진 붙여놔도
아무 의미 없다고 매일 그러죠. 제대로 만들라 할 거면."
주민 설득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백지화된 경우도 있습니다.
목관아의 관문 역할을 하던
제주성 서문 복원사업이 단적인 예입니다.
제주도가 복원 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해당 부지 건축주와 인근 상인들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들고 일어섰습니다.
무엇보다 공론화 과정 없는
하향식 정책에 주민들은 들끓었습니다.
<인터뷰 : 고봉수 / 당시 반대 주민>
"매입되는 대상지에 사유 재산을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었고, 아무 통보도 없었고 발표만 해버리니까
당사자들은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잇따라 사업이 무산되면서
제주성 복원사업은 결국 추진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주성의 흔적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성을 이뤘던 성곽은
보존이나 관리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훼손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인터뷰 : 박찬식 / 제주역사연구소장>
"예전 성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부 흔적만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룬 성과라곤
제주성 안에 있던 누각인 '제이각' 복원뿐.
행정에서는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실현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계획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 강만관 /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
"2015년부터 부동산 지가가 급등해서 예산 확보나 토지 매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뒤로 미루는 연차별, 단계별 계획을 세밀하게 짜는 게 필요하겠다."
전문가들은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이 아닌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통한 주민 설득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 강용희 / (사)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
"제주시 원도심의 가치를 살리는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갖고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안정적 예산 확보와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 박찬식 / 제주역사연구소장>
"(역사문화권) 특별법이라는 법이 시행되고 있고, 국토부가 도시재생사업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과 연결시키는
정책 사업을 해야 한다고 봐요. 공적인 것과 주민 이익을 동시에 상생시킬 수 있는 커다란 정책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봅니다."
<클로징 : 변미루>
“역사문화자산의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지키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존 대책이 없다면
제주성의 흔적은 또 사라지고 잊힐 겁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