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사라지는 용천수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7.06.22 08:27
<오프닝>
"돌 틈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물, 바로 용천수입니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는 40~50년 전까지만 해도
식수 등으로 이용되며
제주의 물 이용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도 그 전통과 역사가 이어지고 있을까요?"

용천수는 조선시대 옛 문헌에서
수십년 전 흑백 사진까지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역사가 깊습니다.

식수원 99%를 지하수로 충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는
제주의 용천수 분포를 지도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80여년 전,
점으로 표시된 그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는 조천읍 신촌리.

포구를 중심으로 오래된 돌담들이 보입니다.

담 안에는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솟아나는
용천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 김행구 / 조천읍 신촌리 >
어디가도 신촌 큰물이라면 알아주고 식수로 제 1위로 사용했던 곳인데
아주 유명했던 곳이야.

신촌마을에서 실제 이용되던 용천수는 17개,
지금은 8개만 남았습니다.

용천수가 흐르던 자리는 콘크리트로 채워졌습니다.

< 김행구 / 조천읍 신촌리 >
여기는 자연적으로 동네사람들이 조금씩 와서, 집에서 일하는 장정들 있으면 여기 와서 퍼부어버리면서 자연히 매립돼 버린거야.

여느 해안가 마을처럼 삼양동 주민들에게도
용천수가 소중한 식수원이었습니다.

이제는 마을 토박이 어르신의 기억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 김영수 / 제주시 삼양1동>
여기도 있었는데 모래로 묻어져서 찾을 수도 없어요. 옛날에는 여기서도 물 내려가면 빨래도 하고 그랬는데...


제주도 전수조사 결과
도내에 있는 용천수는 1천여 군데.

이 가운데 35% 정도가 사라졌거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970년대 상수도 개발 이후
가정마다 물을 쉽게 쓰면서
용천수의 가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용천수는 잘 유지되고 있을까.

애월읍 상귀리 한 가정집 뒤에 자리잡은 물통.

앵무새 둥지처럼 생겼다는 데서 이름 붙은 소왕물입니다.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물 줄기를 잇고 있는데,
원형 보존보다는 방치에 가깝습니다.

<브릿지>
"한때는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빨래터로 이용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때문에 관리도 되지 않아서 잡초가 무성하고
물에는 이끼가 잔뜩 껴 있습니다."

견고한 돌담이 둘렀던 먼물.

4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돌담은 허물어졌고
물도 말랐습니다.

방치 정도가 아니라,
쓰레기장으로 변한 곳도 있습니다.

< 수원리 해녀 >
파도만 치면 (쓰레기가) 엉망으로 들어와. 맨날 청소하고, 따로 청소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거 청소한 지 몇일 안 됐을 걸...

풍부한 물을 제공하던 기능을 잃어버린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하귀리에 있는 미수동은
'맛 미'자에 '물 수'자를 써서 이름 붙은 마을입니다.

그 중에서도 물 맛이 으뜸이라던 일미샘과
용출량이 많던 큰물도는 마을의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옛 명성이 됐습니다.

< 김병수 / 하귀리 미수동장 >
우리가 예전에 거기서 놀았고 그 물을 마시면서 살았는데
그게 없어져서 아쉽죠.

용천수 기능을 유지하고 보강한다며 정비사업을 벌였지만
역효과를 낸 곳도 상당합니다.

고내리 앞바다에 맞닿은 신이물.

'신의 물'이라는 뜻을 가질 정도로
마을 용천수 가운데 제일로 꼽혔습니다.

<브릿지>
"용천수의 옛 모습은 사라졌고
대신에 현대식 돌 기둥과 철재 전망대만이 남았습니다."

돌로 둘러 쌓인 물통.

한림읍 수원리 해안변에 있는 돈짓물의 옛 모습입니다.

2008년 정비사업을 했는데,
현대식 돌담과 지붕, 반듯한 바닥만 남았습니다.

정비사업으로 원형과 기능
모두 잃어버린 곳도 있습니다.

<브릿지>
"이 용천수의 경우 정비사업 과정에서 용출지점이 훼손됐습니다.

즉 원래 나오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정비사업은 오랫동안 터전을 지켜온 주민에게
달갑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서귀포시 예래동에서만 80년 가까이 살아온
이인복 할아버지.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싶은 용천수가 있다며 앞장서지만
좀처럼 위치를 찾지 못합니다.

< 이인복 / 하예동 노인회장 >
좌측으로 내려가 봐요. (이 쪽으로 가볼까요?) 네. (어르신도 길이 가물가물 하시죠?) 네, 여기로 가봐요.

더운 날씨에 땀까지 흘리며 찾아 헤매길 10여 분.

정비사업으로 모습이 바뀐 조명물을 가까스로 발견합니다.

< 이인복 / 하예동 노인회장 >
이 근방이 예전에는 차광막으로 쳤었는데 이제는 지붕을 바꿔버렸어.
(아예 몰라볼 정도로?) 네, 몰랐어요.


위치가 확인된 용천수 661곳 가운데 훼손된 건 145곳,

고갈되거나 용출량이 감소한 곳도 227군데에 이르고 있습니다.

< 양원석 /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 >
남아있는 용천수에 대해서 보전관리 대상을 지정하고 앞으로 체계적인 관리, 어떻게 하면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용출량이 어떻게

///
하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까. 수질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계획을 세워 나가고...

용천수가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보전 방안은 3년 전에야 마련됐습니다.

그마저도 제주도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효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박원배 / 제주연구원 공학박사 >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용천수에 대한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특별법 자체 내에 모법이 없다보니까 조례 제정을 하더라도

///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의 희박합니다.

<클로징>
"조상들이 남겨준 생명수이자 문화유산인 용천수.

그러나 훼손되고 변질되며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를 잘 관리해서 후대에 물려주는 건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일 것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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