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제주의 자연은 전 세계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의 자연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연을 보전하는데 앞장서야 할 행정에 의해섭니다.
오늘 카메라포커스에서는
행정에 의해 훼손되는
제주의 자연을 살펴봤습니다.
제주도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된 알작지왓.
제주에서는 유일하게
모나지 않은 둥근 돌-몽돌 해안이 조성돼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몇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안 주변으로는 각종 공사현장과 함께,
방파제, 월파방지벽이 새로 들어서 있습니다.
더욱이, 해안을 가득 채운 건 몽돌대신 모래사장.
<브릿지>
"몽돌 해안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몽돌은 없고 모래층만 퇴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몽돌 해안의 유명세를 듣고 찾아 온 관광객도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 장태환 / 서울특별시 강동구>
"그다지 깨끗한 인상을 주지 않고요. (몽돌이) 널브러져 있고 정리가 안된 것 같아요. 훼손된 것 같아요."
주민들은 방파제와 해안도로 등
잇따른 공사가 해안을 망치고 있다 주장합니다.
<인터뷰 : 현희정 / 인근 주민>
"저기(방파제) 공사한 후에 여기 자갈이 없어졌어. 이 자갈이 하천이 터지면 내려가서 올라오지 못하고 다른 마을로 가는가 그건 모르겠어."
전문가들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인터뷰 : 강순석 / 제주지질연구소장>
"포구로 이용되는 방파제가 있는데 그걸 최근에 확장공사를 했죠. 외도천으로부터 공급하는 자갈의 길목을 막아버린 겁니다. 또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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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확장해서 더 단단하게 바다 쪽으로 내놓는 공사를 하고 있는데 해안선에 있는 모래든 자갈이든 퇴적물이 바다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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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가는 침식 현상만 유발하고 있어요."
행정은 얼마 전 원인규명 용역을 벌였다고는 하지만,
이렇다 할 규명은 커녕
복구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싱크 : 제주시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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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나서
자연이 훼손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람사르 습지인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 사이에 위치한 송천.
과거 지하수 보전 1등급 하천으로 지정됐던 곳입니다.
이 곳에 소방용수 공급을 위한
사방댐 공사가 이뤄진지도 벌써 5년여.
울창했던 산림은 온데 간데 없고,
대체 조경된 나무만 남아있습니다.
이마저도 관리가 안되는 듯
메말라 죽어가는게 태반입니다.
습지 호수는 더 심각합니다.
온통 흙탕물만 가득한 저수지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않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브릿지>
"과거 원앙새의 주 서식지로 알려져 있던 송천에
사방댐을 조성하면서 그 옛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멘트로 덮힌 대지도
풀조차 자라지 못하고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 양수남 /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국장>
"아주 울창한 생태계와 산림이 있던 곳이죠. 특히, 경관적으로도 가치가 있던 곳이었고, 보전적 가치가 높았던 곳인데 이번 개발로 원형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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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돼 버려서 전혀 예전의 경관적, 생태적 가치들이 다 사라져 버렸죠."
적어도 이 곳에는 '선 보전 후 개발'이라는
도정의 정책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지질공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용머리해안.
수려한 경관을 보며 걷길 10분 여,
갑자기 어색한 철제다리가 나타납니다.
낙석이 잇따른 구간에서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다며
2년 전 조성한 다립니다.
<인터뷰 : 김명순 / 관광객>
"지금 설치된 것은 이질감이 느껴져요. 쇠하고 돌이 뭔가 부자연스럽지 않나. 그래서 화산 돌을 돌담 쌓듯이 잘 활용해서 옛날 돌다리 놓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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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고 관리가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브릿지>
"1년 6개월여 전에 조성된 철제다리가
벌써부터 부식이 진행되고
상판이 뜯겨져 나가며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철제다리 조성부터
경관 문제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지만
개선된 건 전혀 없습니다.
<인터뷰 : 고창훈 /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잘못했으면 시정해야죠. 그걸 안 하면 안 되는거죠. 세계자연유산할 때 제주선언이라고 있어요. 친환경, 환경우선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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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주선언을 만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이런 다리를 만드는 데까지 적용이 돼야 하는거예요."
행정의 과도한 개입 혹은
탁상행정으로
보존해야 할 제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 절차를 진행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잇따르면 번복하는
뒷북 행정 역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 홍영철 /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자연에 인공시설물을 했을 때 이 곳에 가치가 생기는지 아니면 훼손되는지 이 것에 대한 꼼꼼하고 세부적인 검토가 먼저 필수적이다."
세계유일 자연과학 분야
유네스코 3관왕을 자랑하고 있는 제주도.
<클로징>
"미래에 필요해질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을
지속가능한 개발이라 합니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일텐데요.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지켜가기 위한 실천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