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주민 없는 주민참여예산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19.08.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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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을 아십니까?

<주민들>
“몰라요”

<변미루 기자>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결정하고 예산을 짜는 건데요.
주민들을 위한 예산인데, 아직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카메라포커스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서귀포시 아랑조을거리.

예산 1억 6천여만 원을 들여
거리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관심의에서 부결되자
LED조명 교체 등으로 사업이 축소됐고
일부 예산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바로 주민센터입니다.

공무원들이 행정절차를 어기고
주민참여예산 4천만 원을
사무실 리모델링 등에 돌려쓴 겁니다.

<홍운익 / 천지동장>
"남은 예산을 조금이라도 빨리 (집행)해서 사무실을 빨리 사용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 동에 도움이 되겠다."

주민참여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는
심의위원회조차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천지동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 관계자>
"그런 내용도 나는 모르고, 예산 편성까지만 했지 집행 과정은 몰라요."

한림읍에서는
주민참여예산 2억원을
원래 목적과 다른 테마거리 조성에 가져다 썼습니다.

외도동은
주민참여예산 8천만 원을
월대천 분수대 설치비로 무단 전용했습니다.

<윤상은 /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전문위원>
"공공예산으로 집행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주민참여예산이
조금 남았다고 해서 끌어다가 쓰고, 이렇게 하면 안 되죠."

이런 행정 중심적인 예산 편성은
사업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주민들이 발굴한 새로운 아이디어보단
도로 공사나 클린하우스 정비, CCTV 설치 같이
원래 행정이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주민참여예산 담당 공무원>
"(읍면동 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시라든지.) 되게 포괄적이에요.
주민참여예산이라는 게 여기저기. 관에서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어쨌든 관에서 하는 사업이에요."

정작 주민들은 빠져있고
공무원이나 일부 자생단체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사업은 시작만 하고 예산만 낭비하기 일쑵니다.

2년 전 제주시 금악리에
3억을 들여 지은 테쉬폰 문화센터는
운영할 사람이 없어
문이 닫힌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설립 이후 활용된 건
지난해 한 차례 서예교실이 열린 게 전붑니다.

2017년 주민참여예산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2억 원의 지원을 받았던
일과리 가족휴양지 조성사업도
운영 미숙으로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변미루 기자>
“주민참여예산으로 사들인 캠핑카들입니다.
그런데 사업이 시작과 동시에 중단되면서
한 번도 활용되지 못하고 이렇게 장기간 방치돼 있습니다.”

심의위원들은 주민참여예산이
지역간 예산 확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심의위원>
"어떤 지역별로 금액을 따기 식 예산이 아닌가.
(주민들과) 소통하고, 과연 그 시설이 있는지 알고 있는지... 다 모르고 있지 않나."

제주도는 사후관리에 손을 놨습니다.

쓰다 남은 예산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심지어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됐는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민참여예산이
그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더이상 예산 나눠먹기 식이 아닌
도 차원의 사업 추진과 사후관리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끌어내고
제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강호진 /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편성만 해놓고 집행이나 결산 과정에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이
잘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편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결산되는 것까지 과정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진녀 / 서귀포시 서홍동>
"지역 소식에도 관심은 있어요.
그런데 참여 방법도 모르고 홍보도 약해서 아쉽긴 해요.
그런데 모바일로 웹 발신 같은 걸 해주면 보죠."

제주에서 주민참여예산에 쓰이는 돈은 한해 200억 원 규모.

제주도가 집행하는 가용예산의 1.8% 수준으로
그 비중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변미루 기자>
“주민을 위해 만들어진 주민참여예산.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빠져있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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