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생명 구하는 '자동제세동기' 관리 엉망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19.09.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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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2월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16살 박 모 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긴급한 상황에 박 군을 구한건 자동제세동기.

<이해진 / 대정고등학교 보건교사>
"환자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옆에 있는 학생에게 제세동기를 가지고 오도록 알린 후 제세동기를 사용해 즉시 조치할 수 있었습니다."

<김미애 / 제주소방교육대 소방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생존율이 2배에서 3배까지 증가하고 거기에 자동심장충격기까지 같이 사용하게 되면 생존율이 8배까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덕분에 박군은 소중한 목숨을 구했습니다.

제주에 설치된 자동제세동기는 2천 132대. 인구당 설치율이 전국 1위입니다.

대합실과 대규모 아파트, 운동장 등 설치 의무 장소를 비롯해 설치가 권장되는 학교와 숙박시설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자동 제세동기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최근 이 자동제세동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도내 곳곳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봤습니다."

보건복지부앱을 따라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제주시내 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김수연 기자>
"앱을 따라와봤는데 이곳에는 엉뚱하게도 변압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고승진 / 제주시 일도동>
"문제 있죠. 그게 있으면 제대로 있어야 되는데 만약 앱을 보고 찾아왔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보고 찾아올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주위에 있는 사람도…."

심지어 자동제세동기가 아예 없어진 곳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청소년 문화의 집 관계자>
"원래 여기가 주민센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바뀌어서 여기는 없고…."

주민들은 위급 상황시 인근 동사무소에 있는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김혜자 / 제주시 삼도동>
"그때 거기 가서 있다고는 했어.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어. 그런데 우리가 그걸 가져올 일도 없고 난 신경 쓰지 않았지. 누가 다리 아파서 뛰어갑니까? 겁나서 생각을 해보세요. 이 나이에 뛰어가다 보면 119 벌써 와 버릴 텐데…."

여전히 기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도민>
"(자동제세동기 뭔지 아세요?) 안 들어봤는데 (뭔지 모르세요?) 몰라.

<도민>
(들어보셨어요?) 들어보지 않았는데….

<도민>
(심장충격기) 네? "

행정에서 관리하는 자동제세동기 상태는 어떨까.

기계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장비가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공공운동장에 설치된 제세동기는 건물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시설 관리자>
"우리만 알고 있는 거예요. 일반인이 알아서 사용하게 돼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자동제세동기 설치 의무 기관인 특급호텔 카지노 역시 안전불감증이 만연합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고, 기계 전원은 아예 켜지지도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설치가 의무사항인지도 모릅니다.

배터리를 살펴보니 제조날짜가 2011년입니다. 유효기간을 4년 이상 넘긴 겁니다. 패드 역시 유효기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호텔 관계자>
"저희가 의무적으로 설치할 그런 업종은 아닌데 (점검을 따로 하는 팀은 없나요?) 점검을 저희가 아직은 못해봤어요. 여기에 좀 문외한이어서…."

도내 대학시설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 역시 대부분의 장비가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경고등도 방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관리가 안된 제품을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강순민 / 제주국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젤인데 이 젤이 유효기간 중에 잘못하다 굳어버릴 수가 있어요. 굳어버리면 딱딱하게 될 수 있는데 그러면 환자의 몸에 부착할 수가 없어요."

관련법에 따르면 자동제세동기 설치 의무 기관에서는 월 1회씩 시설을 점검하고, 소모품을 교체하도록 돼 있습니다.

연1회 보건소의 점검도 의무 사항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김수연 기자>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심정지환자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는 3천 390여건이었습니다. 생존율은 9.7%였는데요. 심정지 환자에게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4분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제세동기 이런식으로 관리가 된다면 그 기적은 사라져버릴지 모릅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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