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반복되는 관급공사 부실시공…책임은?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0.08.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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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마다 비가 새고 시설이 파손되는 공공시설들이 있습니다. 이번 카메라포커스는 대규모 관급공사의 부실시공 논란, 그리고 그 이후를 들여다봅니다.”

예산 418억 원이 투입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지난 2015년 문을 열자마자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해 태풍 때마다 누수가 반복됐습니다.

이후 무려 5년 동안 보수가 이뤄졌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누수가 발생했던 3개 구간이 준공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게 확인된 겁니다.

건축법 위반입니다.

먼저 준공 도면상 존재했던 터미널 지붕의 용마루가 실제론 없었고, 빗물을 받아 배출시키는 홈이 30센티미터 좁게 설치돼 있었습니다.

또 방수에 필수적인 마감 작업도 설계와 다르게 이뤄지면서 잦은 누수의 원인이 됐습니다.

<최영중 / 제주도 해운항만과>
"도면에 따라서 설치가 미진한 부분은 (시공사가) 인정을 했고, 그것을 저희 발주처에 보고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와서 고치려면 건물 일부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

도대체 어떻게 인허가를 받은 걸까?

일반 건축물은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을 신고, 이후 준공 검사를 받은 뒤 승인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관급공사는 건축허가부터 착공, 준공까지 모두 부서간 협의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따로 준공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현장 감리단과 책임공무원의 판단에 맡기는 구좁니다.

당시 감리단과 책임공무원을 찾아 준공을 승인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당시 책임 공무원>
"도면대로 됐다고 그쪽 (감리단)에서 확인해서 왔기 때문에 저희가 알 수가 없잖아요. 현장을 감독하거나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감리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안 한 거죠"

<당시 현장 감리사>
"(당시) 감리단장님은 퇴사하셨고요. 시간이 많이 경과됐잖아요. 그것까진 기억을 더듬을 수가... 쉽지 않네요."

더 큰 문제는 원인을 규명하더라도 아무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관급공사라는 이유에섭니다.

<양계승 / 제주시 건축과>
"개인 건축물은 조항에 따라 이런 것을 위반했을 때 이런 식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는데, 건축주가 지방자치단체든 국가든 공용건축물은 벌칙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처벌을 할 수 있는 행정 규정조차 없어요."

예산 150억 원이 들어간 제주복합체육관.

태풍이 올 때마다 무려 세 차례나 지붕이 뜯겨 나갔고 올해도 어김없이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제주복합체육관 관계자>
"이 실리콘 있잖아요. 이 틈새 있잖아요. 이 틈새로 물이 이쪽으로 넘쳐서."

하지만 제주도는 시공사에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세 차례에 걸친 안전진단에서 시공상 하자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지붕이 모두 파손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초 시공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안전진단 관계자>
"지붕이 날아가기 전에 가서 점검을 했더라면 시공이 정상적으로 됐는지 볼 수가 있는데, 지붕이 다 날아간 후에 시공 상태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것은 조금 어려움이 있고요."

그러는 사이 시공사의 하자보수 기간이 끝났고, 결국 세금으로 보강 공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고휘협 / 제주도 체육시설담당>
"하자로 인해 태풍 피해를 봤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이는 저희도 하자 처리 요구를 하기가 힘듭니다. 그런 결론이 났으면 시공업체에 대한 페널티나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개관 10년 만에 150차례 보수공사를 한 제주아트센터.

준공 1년 만에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누수가 발생한 서귀포소방서.

공연 도중 무대에 빗물이 쏟아졌던 서귀포예술의전당.

공사에 참여했던 어느 누구 하나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굵직한 관급공사를 수주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건축은 마감공사라고 하거든요. 감춰버리면 안 보여요. 제대로 됐는지 뭘 했는지, 그걸 알 수가 없어요. 문제가 진짜 많아요."

개선을 위해서는 시설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 검증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준공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홍영철 /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페널티를 물려야 되거든요. 근데 사실 지금 관급공사가 준공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감리가 잘못한 부분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널티를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준공 검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변미루 기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무엇보다 꼼꼼하고 안전하게 지어져야 할 공공시설. 지금처럼 지어만 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체계라면, 부실시공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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