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기약 없는 크루즈…인프라는 애물단지 전락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0.10.07 10:31
영상닫기
<변미루 기자>
"한때 황금 알을 낳을 거라던 크루즈 산업이 고사 위깁니다. 지난 3년 동안 사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다 이제 코로나로 완전히 멈춰버렸는데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크루즈 인프라도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지난 2015년 예산 400억 원을 들여 지은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

중국인이 쏟아져 들어오던 2016년 크루즈 관광객이 120만 명에 달하면서 북적였지만 이듬해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이용객이 급감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단 한 척의 배도 들어오지 않았고 텅 빈 상태로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임영철 / 제주크루즈산업협회장>
"아시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많은 관계 사업자들이 지금 진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가 99억 원을 투자한 면세점 건물도 비어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여기는 3년 전 짓고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한 건물인데요. 저쪽에 보시면 입국장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나더라도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크루즈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제주관광공사는 더 이상 운항 재개에 대한 보장이 없다며 사업을 포기하고 제주도에 매입을 요청한 상탭니다.

결국 제주도가 일부 관리권 매입을 추진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크루즈가 활발하게 드나들던 부두는 일부 관공선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선석이 모두 포화인 탓에 여객선도 임시로 세우게 해달라는 선사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객선사 관계자>
"(선석이 꽉 차서) 밖에 바닷가에 1~3시간 떠 있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보다, 거기에 들어와서 여객이랑 뭐랑 다 하선하고 나면 도움이 되죠."

크루즈에 필요한 음식이나 물건을 대주는 선용품지원센터도 78억 원을 들여 지난해 준공했지만 가동도 못해봤습니다.

2년 전 문을 열자마자 개점휴업에 들어간 강정 크루즈 터미널.

600억 원 넘게 투입됐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꼬박꼬박 운영비만 나가고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제 뒤로 보시는 입국장이 굳게 닫혀 있는데요. 강정 터미널은 문을 연지 2년이 지나도록 들어온 크루즈가 단 2척에 불과합니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보니 시설 관리에도 애를 먹습니다.

<시설 관리자>
"이용해 줘야 저희가 더 편하죠. 왜냐하면 이게 기계도 돌아가야 고장이 덜 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던 공간도 장기간 비어있습니다.

크루즈가 들어오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까 기대했던 주민들은 아쉬움을 털어놓습니다.

<강미선 / 지역 주민>
"처음에는 크루즈가 들어오면 우리도 좀 상권도 살고 그럴까 했는데..."

<고대흥 / 지역 상인>
"사실은 이렇게 계속 놔둘 수는 없는 거고... 하루에 크루즈가 2~3대씩은 들어와야."

크루즈 터미널 운영으로 발생하던 수익은 지난 2017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지금까지 3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무의미하게 놀고 있는 공간을 한시적으로나마 활용하고 방치로 인한 시설 노후화를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인천항만공사는 텅 빈 크루즈 부두를 일부 개방하고 자동차 운반선의 정박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부두는 여객선 수리 공간으로, 주차장 부지를 드라이브스루 행사장으로 임대해주고 있습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한 임시 자동차 극장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장형탁 / 부산항만공사 항만산업부장>
"공공의 재원이 많이 들어간 부두 시설과 인프라들을 지역 사회와 시민,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탄력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영해서 공공의 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되게끔."

반면 제주도는 언제 크루즈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활용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기우 / 제주도 해양산업과장>
"전문시설을 다른 것으로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선석이라는 게 특성상 한 번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크루즈 선석으로 옮겨 놓는다면 다시 이걸 뺄 수가 없어요."

국제적 상황이나 외교 문제 같은 외부 리스크에 따른 충격이 큰 크루즈 산업.

언제 운항이 재개될지 여전히 안개 속인 가운데 대규모 크루즈 인프라들은 점점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오늘도 크루즈 부두는 텅 비어있습니다. 그저 운항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기보단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카메라 포커습니다."

URL복사
프린트하기
로고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뉴스 제보를 기다립니다.
064 · 741 · 7766
제보하기
뉴스제보
종합 리포트 뉴스
뒤로
앞으로
이 시각 제주는
    닫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제보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
    제보전화 064·741·7766 | 팩스 064·741·7729
    • 이름
    • 전화번호
    • 이메일
    • 구분
    • 제목
    • 내용
    • 파일
    제보하기
    닫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