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의료 소외 지역의 눈물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2.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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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여러분들은 아플 때 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누군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번 카메라포커스에선 의료 소외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주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넘게 들어가는 추자도.

인구 1천 7백 명이 거주하고 연간 5만 명이 오가는 이 섬에 의료시설이라고는 보건지소와 한의원 한 군데 뿐입니다.

갑자기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헬기나 배로 제주시내 병원까지 옮겨야 합니다.

이렇게 이송된 환자는 최근 2년 동안 16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송 과정은 험난합니다.

2년여 전 지병으로 남편을 잃은 김명자씨.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당시 이상 증세로 보건지소에 실려 간 남편이 병원까지 옮겨지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5시간.

<김명자 / 추자면 대서리>
"헬기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 그러니까 아들은 거기서 소리 치고 헬기 빨리 띄워달라고 난리고... (그러다가) 해경 배가 온대요. 그래서 갔는데 해경 배도 제 시간에 오지도 않고... 점점 사람이 쳐져 가더라고요."

조금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한이 맺힙니다.

<김명자 / 추자면 대서리>
"헬기 소리만 나면 저는 가슴이 떨려요.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갈비뼈가 부러져 경비정으로 병원에 옮겨졌던 김종진씨.

그는 기억하는 당시의 이송 과정도 매우 위험합니다.

<김종진 / 추자면 묵리>
"그때 밤에 죽을 지경이었어요. 밤이 되니까 헬기가 못 오고 경비정을 타고 제주에 나갔어요. 의료 장비가 전혀 없잖아요. 여기는 응급 환자 생기면 결국엔 죽는 겁니다."

추자에서 제주 병원까지 가는데는 아무리 빨라도 헬기가 왕복 1시간, 배는 2~3시간이 걸립니다.

날씨가 궂은 날엔 기약 없이 늦어지거나, 이마저도 모두 끊깁니다.

1분 1초가 생사를 가르는 환자들이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추자보건지소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4명이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 진료나 치료를 제외하고 전문적인 응급 치료나 수술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종원 / 추자면 공중보건의사>
"수술을 하고 싶어도 제반 사항이 받쳐주지 않고, 수술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관리하려면 입원실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고, 기기도 필요하고."

평상시에도 병원 가는 길은 멀기만 합니다.

치과를 가기 위해 배에 올라타는 89살 원용순씨.

차로, 또 배로, 다시 차로, 병원까지 2시간이 넘습니다.

심지어 당일에는 돌아오는 배가 없어 1박 2일을 머물러야 합니다.

<원용순 / 추자면 노인회장>
"여관비 들어야죠. 밥 먹어야죠. 풍랑주의보가 내려서 배가 없으면 5일이고 일주일이고 먹고 있다 오죠. 그럼 경비가 엄청나죠."

의료를 비롯한 여러 열악한 환경으로 추자 인구는 20년 전보다 반 토막 나 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제주 외곽지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체 인구의 4명 가운데 1명이 65살 어르신인 제주시 한경면은 그만큼 의료 수요도 많습니다.

동네 의원이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응급 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땐 1시간 거리의 시내까지 가야 합니다.

<이순정 / 한경면 고산리>
"아들이 안 데려가면 (병원) 못 가. 이제 나이가 많아서."

<김정옥 / 한경면 산양리>
"산양서 버스 타고 와서 내려. 다시 한림 가는 버스 타야 한림지역 병원에 가는 거."

이곳에서 5년을 근무한 의사 김준곤씨가 바라본 모습은 참담합니다.

<김준곤 / 고산의원 원장>
"밭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든지, 자다가 의식 문제 때문에 응급차를 불렀다든지, 그런 경우 가까우면 조금 더 소생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죠. 5분 10분은 크니까요."

의료계에선 권역별 응급센터 확충과 닥터헬기 도입 등으로 응급 치료의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현민 /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소방 헬기는 다른 목적으로도 많이 쓰일 수 있죠. 오로지 응급이나 외상 환자만을 위한 닥터헬기가 항상 준비돼 있고, 출동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출동할 수 있는 게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한편에선 공공과 민간, 정부와 지자체 등 제각각인 의료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의료 안전망 확충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양연준 /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
"(골든타임을) 놓치는 국민들이 없도록 공공 영역에서 국민 전체에 대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제의 논리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의료 불평등.

<변미루 기자>
"똑같이 아파도 사는 곳에 따라 누군가는 마땅한 치료를 받고, 누군가는 생명까지 위협받는 현실. 공공의료에서 소외된 이들의 박탈감과 상처는 또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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