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지 꼭 10년을 맞는 해입니다.
제주밭담은 밭의 경계를 나누고, 거센 바람으로부터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인데요.
KCTV 제주방송은 제주밭담길에서 만나는 이색 풍경과 특징을 연속해서 전달합니다.
이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드넓은 농경지 사이마다 검은 돌담이 굽이 굽이 뻗어 있습니다.
모두 이어 붙이면 길이만 무려 2만 2천 km에 달해 흑룡만리라 불리는 제주 밭담입니다.
약 6천3백여 km로 알려진 중국 만리장성의 3배가 훌쩍 넘는 길이입니다
제주 밭담의 기원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밭의 경계를 나누고, 거센 바람으로부터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입니다.
[김복희 / 구좌읍 김녕리]
"(밭담) 이거는 바람도 막아주고 이제 비 오면 물 내려가면 흙도 내려가 버리는데 (막아주고)..."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천년 넘게 무너지지 않고 견뎌온 것은 바람의 길로 불리는 제주 밭담을 쌓는 제주인의 생활 지혜 덕분입니다.
[김태일 /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25%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 구멍이 돌의 자체 무게에 의해서 땅에 지지해 주고 외부 바람들이 면에 닿았을 때 즉 돌담에 닿았을 때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했던 제주 선인들의 지혜 뿐만 아니라 경관적 가치도 뛰어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밭담이 잘 보전되고 있는 구좌읍에서는 제주 밭담만이 가진 특이한 구조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밭담 안쪽에 도랑을 파고 도랑 옆으로 또 돌담을 쌓은 이중밭담입니다.
이 특이한 구조의 밭담은 길보다 낮게 자리한 밭에서 더 쉽게 눈에 띕니다.
경작지에 만들어진 수로는 일반적으로 농작물에 물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 곳에 있는 수로는 오히려 밭 밖으로 물을 빼내기 위해 조성됐습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두꺼운 암반이 넓게 퍼져 있어 빗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겁니다.
이중밭담은 거대한 바위 지대에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야 했던 제주 농부의 고충과 이를 지혜롭게 이겨낸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KCTV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