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획 ⑤> 희생자 확대…제주 어멍 '4·3 역사로'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4.12.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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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V 4.3 송년기획 마지막 순서입니다.

4.3 여성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가족의 생존을 책임졌고 마을 재건에도 앞장섰습니다.

늦었지만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중단됐던 4.3 여성과 생애사도 4.3 진상규명 차원의 후속 연구와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4.3 여성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가족의 죽음도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살아 남았지만 군인과 경찰에 감시 표적이 됐고 이들에 의해 강제 결혼과 성 착취 피해를 당했습니다.

행방불명된 남편, 아버지를 대신해 아내와 딸은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고문을 겪어야 했습니다.

어멍들에게 4.3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성은 4.3 인권 유린의 최대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발설하면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던 시국 탓에 여성들은 피해 경험을 몸 속에 가두었습니다.

[김은실 이화여대 명예교수 ]
"그들의 언어는 어떤 식의 무서움으로 어떤 때에는 죽음의 삶의 끝에서 본 존엄의 무너짐. 말하지 않음.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은 본 것, 경험한 것, 아는 것을 몸에 가두죠. 죽음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라고 하는 공포 가득한 몸, 이런 경험들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3 희생자로 등록된 후유장애인은 223명.

하지만 87명은 4.3과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인정 됐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문 후유증 같은 정신적 피해자들이 후유장애 희생자로 하나 둘 인정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고령의 여성들이었습니다.

트라우마 피해 실태 조사로 치료가 필요한 중증 사례를 발굴하고 이들을 제도권으로 보호하는 게 시급한 이유입니다.

[씽크:조정희/제주4·3평화재단 팀장]
"저희가 4·3 여성의 피해에 집중한다면 여성들이 당시 겪었던 일과 그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까지도 4·3의 희생으로 보는 폭넓게 봐주는 이런 제도적인 장치들이 보완돼야 할 것 같습니다."
4.3 이후 여성 생애사도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특히 마을 재건과 공동체 회복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은 함께 살아남았던 남성들도 증언하고 있습니다.

[김병훈 4·3 유족(81세)]
"집 지을 때 여자들이 발로 흙 밟고 흙도 나르고 물 길어오고 밥도 다했고 여자들이 없으면 안 됐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주춧돌을 세워 함께 집을 짓고 십시일반 돈을 보태 일궈낸 고향으로 떠 났던 사람들을 돌아오게 한 4.3 초토화 마을 피해 복원의 과정을 이를 주도했던 1세대 여성들과 가족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씽크:문정일 96세]
"흙 작업해서 한 덩어리로 모아서 벽에 착 착 착 그렇게 했지."

[씽크:김경노 71세]
"어머니랑 제가 고생해도 오래 살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날도 있는 거라. 어머니 얼마나 고생했어요. 홀어멍으로 살면서. 우리 어머니. 아이고. 한라산도 무심하지."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정정 신청 기간이 정해졌있고 특례법에 의해 한시적으로만 적용되는 만큼 불일치 대상 유족의 80%에 달하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합니다.

[인터뷰: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제주도는 여성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오랜 역사가 있으니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당연히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한 피해자이자 또 다른 해결 주체이기 때문에 이 분들의 적극적인 진술이나 역사적 체험을 말하는 그런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가 외면하고 4.3 진상 조사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제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싱크:김성례 서강대 명예교수]
"4·3 추가진상보고서나 유족 조사에서도 상당히 내용이 압축돼서 여성의 피해는 거의 안 나옵니다. 그 증언을 포함시켰으면 좋겠습니다.
4·3 당시의 피해 더하기 그 이후에 살아온 이야기 그러면 그 할머니들의 표정이 완전히 변합니다. 막 생기가 돋고 희망에 차 있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이뤄낸 업적이니까요."

[싱크:김은실 이화여대 명예교수]
"생존자들 그리고 이 목격자들을 피해자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데 그들을 어떻게 피해자의 범주에 넣을 것인가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이 커뮤니티 그리고 이 사회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폭력과 가부장적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은 4.3의 무고한 희생자이자 인권 회복의 당사자이자,

가족의 생존과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해 분투했던 4.3의 또 다른 역사로 기억돼야 합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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