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회전교차로의 불편한 진실
김기영   |  
|  2017.01.12 10:10

<오프닝>
"회전교차로, 운전하면서 한번씩은 보셨을텐데요?

로터리와 비슷하면서도 차량들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면서 행선지로 가는 교통체계입니다.

통행속도는 높이고,
교통사고는 줄이기 위해 도입됐는데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KCTV 카메라 포커스 지금부터 출발합니다."

# 좌상단 IN #
지난해 7월.

야간주행하던 버스가 회전교차로 위로 질주합니다.

결국 주차된 승용차를 들이받고서야 멈췄습니다.

이 사고로 제주로 수학여행 온 학생 1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사고 목격자 (지난해 7월)>
"밖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서 무슨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닌가 해서 나왔지."

당시 사고로 가슴을 쓸어내린 버스회사를 찾아갔습니다.

버스기사들도 주의해야 하지만
회전교차로에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박만혜/ ○○교통 대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고, 만들려면 규정에 의해서 똑바로 만들어야지. 왜 쓸데없이 이상하게... 기자님도 운전해보면 몰라요?"

<인터뷰: 강봉준/ 제주시 노형동>
"만들려면 처음부터 평평하게 만들어 주던가 쓸데없이 높여서 대형차는 절대 못 돌아요"

<스탠드>
"그럼 다른 곳은 어떤지
제가 직접 버스를 타고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얼마 안가서 회전교차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일화/ 버스운전기사>
(이렇게 큰 버스로 운전하시면 회전교차로 돌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금 보시다시피 길폭이 너무 좁아요"

운전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 기사가
조심히 핸들을 잡아보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버스가 교차로를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뒷바퀴만 미끄러져 돌아갑니다.

<인터뷰: 정일화/ 버스운전기사>
"승용차 기준으로 이 회전 교차로를 만들어 놨다는 거죠.
대형 버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는 점..."

그렇다면 설계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에 따르면,

1차로형 회전교차로의 경우
대형자동차가 지나가려면
지름이 최소 41미터는 돼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스탠드>
"저는 지금 동회천 교차로에 나와있습니다.
이 교차로가 지침에 맞게 설계가 됐는지
줄자를 갖고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 동회천 회전교차로

전체 지름을 쟀지만 겨우 24미터에 불과합니다.

대형자동차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 세화리 회전교차로(3)

인근 회전교차로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스탠드>
"이 교차로의 지름은 14.4미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만든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세화리 회전교차로 (2)

심지어 여기는 중앙교통섬 통행을 막아줄
안전 장치도 없습니다.

차선 규제봉은 주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스탠드>
"구좌읍 세화리 교차로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회전 교차로.
과연 차량들은 어떻게 통행하고 있을까요."

회전 교차로를 그대로 통과하는가하면
좌회전도 서슴지 않고 운행합니다.

밤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집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는
도로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조명이나
부득이한 경우 안전 시설이라도
반드시 설치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회전 교차로에서는
조명은 커녕 안전 시설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스탠드>
"과연 밤에는 어떨지 기다려봤습니다.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이 회전교차로였는지조차 확인이 힘듭니다."

가로등도 없는 도로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김석종/ 제주시 구좌읍>
"양쪽으로 오는 차가 여기 회전 교차로는 겹쳐서 오는 차가 잘 몰라요."

<인터뷰: 김창효/ 제주시 구좌읍>
"(특히 밤에는 좀 더 위험한가요. 어떤가요?) 아무래도 위험하죠. 표시판이 있던데 없어졌네..."

그렇다면 제주도는 왜 이렇게 한 것일까.

<인터뷰: 강동우/ 道 교통안전담당>
"그러면 도로상에 설치되는 안전시설물들은 어디에서 하느냐. 경찰에서 하거든요.

(그럼 이렇게 중구난방 되어있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요?) 중구난방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법체계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습니다."

법체계가 이상한 점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른 셈입니다.

교통량 조사도 엉망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봉석/ 道 교통안전과 주무관>
"이 지역이 나쁘다 아니다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여기도 나름대로 교통이 있는 지역이거든요."

제주도내 회전 교차로는 모두 93곳입니다.

지난 2010년 회전교차로 시범지역으로 까지 선정된 이후
각 회전교차로에 2억 8천 만원이 투입됐습니다.

지금까지 약 300억 원이 투입된 셈입니다.

<클로징>
"교통 지체 현상을 줄이고
사고 위험도 낮추기 위해 도입된 회전 교차로.

하지만 정작 설치는 교통량이 없는 곳에
부실하게 진행되면서
과연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KCTV 카메라 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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