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취재수첩] 흉물 자전거 거치대, 대책은?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6.21 09:52
<오유진 앵커>
이번주 카메라포커스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인
거치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조승원 기자,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 같은데, 자세히 보니 문제가 작지 않다면서요?
<조승원 기자>
네 먼저 그림을 보시면,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이 시설물이 바로 자전거 거치대입니다.
자전거 바퀴를 올리고 자물쇠를 채울 수 있게 만든 구조물인데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기보다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의 시설입니다.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까 편의를 주는 부분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불편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유진 앵커>
편의를 위해 만든 시설인데 불편을 주고 있다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건가요?
<조승원 기자>
우선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애월 하귀 해안도로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모습인데요,
수풀에 완전히 뒤덮여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요,
자전거를 세우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곳뿐만이 아니고 곽지나 표선 등에는 거치대가 파손돼
아예 못 쓰는 곳도 있었고요,
이렇게 방치되다 보니까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었습니다.
김녕에는 적치물이나 쓰레기가 거치대를 가로 막아서
접근이 어려운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담당 업무를 하는 직원은 설치된 곳이 너무 넓고,
대수가 많아서 유지관리가 어렵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유진 앵커>
일단 관리적으로 부실해 불편을 주는 문제가 있고요, 또 다른 불편은 없었나요?
<조승원 기자>
자전거 거치대라는 게 행정에서 일괄 구입해서 설치하는 규격 제품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거치대 간격이나 폭이 대부분 동일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불편한 점이 없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일단 간격이 너무 좁다고 했습니다. 자전거 핸들 끝에서 끝까지 너비가 보통 50에서 60cm 정도, 긴 것은 70cm 가까이 되는데 대부분 거치대 간격이 40cm가 채 안됐습니다. 자전거 바로 옆에 다른 자전거를 세우려면 비집고 들어가야 하고 핸들끼리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마다 타이어 폭이 좁은 것도 있고 넓은 것도 있는데 거치대 폭은 대략 10cm 정도로 일정합니다. 그래서 고급 자전거 같은 경우 바퀴 쪽 부품이 상당히 고가라고 하는데, 이런 거치대에 세웠다가는 부품이 파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오유진 앵커>
이런 거치대가 도내에 1천 100 군데가 넘는다고 하던데, 설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면서요?
<조승원 기자>
네, 자전거 거치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편의 시설이다 보니 주민 요구에 의해 설치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행정시가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읍면동을 통해 수요 조사를 합니다. 설치가 필요한 곳이 있거나 수리 또는 철거가 필요한 곳을 파악하는 건데요, 요구가 들어오면 예산 범위 내에서 설치해준다는 게 행정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유진 앵커>
요구만 있으면 설치해준다고요? 그 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설치해줄지 말지 검토하는 절차는 따로 없나요?
<조승원 기자>
행정시마다 1년에 자전거 거치대 예산으로 수천만 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설치 비용은 비가림 시설이 있는 것은 한 곳당 250에서 350만 원, 비가림이 없는 것은 50만 원부터 130만 원까지 다양했습니다. 도내에 1천 100여 군데 설치돼 있으니까 평균 비용을 100만 원 정도로 잡아도 10억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설치 요구에 따른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낸 세금이 검토 없이 쓰인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부분입니다.
<오유진 앵커>
자전거 거치대가 편의 시설이지만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고, 예산 낭비 소지까지 큰 실정입니다. 자전거는 특히 제주도정 핵심 정책인 탄소없는 섬에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인데요, 가장 기초시설인 거치대마저 관리되지 않는데 다른 정책이라고 잘 될까 하는 의문이 나옵니다. 조기자 수고했습니다..
조승원 기자
jone1003@kctv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