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차고지증명제 첫발…"기대보다 걱정"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7.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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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제주.

대안으로 나온 게 차고지 증명제입니다.

중형 이상 차량을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할 때는
차고지를 반드시 갖추거나
반경 1km 이내에 임대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조승원 기자>
"이렇게 차량마다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한
차고지증명제가 이달부터 제주 전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습니다.
확대 시행 약 한달, 제주도민들은 어떤 반응인지
카메라포커스에서 담아봤습니다."

차고지 증명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서귀포시.

차량 등록과 주차 제도에 큰 변화를 맞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최금란 / 서귀포시 서귀동>
"일본에는 옛날부터 했어요. 그건 잘 한거지. 잘하는 거…"

<택시기사>
"이 이상 더 못해. 안돼요."

서귀포지역 주차장 확보율은 134%.
운행 중인 차량보다 주차장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체감도는 다릅니다.

<강남철 / 서귀포시 서귀동>
"뺑뺑 몇 바퀴 돌아야죠. 차 세우려면…"

<송봉숙 / 서귀포시 서홍동>
"차 세울 데가 없어요."

올레시장 주변으로 형성된 구도심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주택가 진입로 폭은 약 2.4미터,
양팔을 펴면 닿을 정도입니다.

<조승원 기자>
"오토바이 한대 세울 공간 외에는
사람이 지나갈 정도 밖에 남지 않습니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이 곳에도 차고지를 갖춰야 하는데
주민들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양준호 / 서귀포시 서귀동>
"한 대당 하나씩 하는데 개인주택은 할 수가 없잖아요. 여건이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주변에 주차장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이경아 / 서귀포시 서귀동>
"(좁은 주택가에 주차해 놓으면) 일일이 전화해서 빼주세요, 빼주세요 해야 하는데…
특히 여기 같은 옛날 집은 차고지를 확보할 수가 없어요."

거주하는 주택 주변에 차고지가 없을 경우
1km 이내에 주차장을 임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동지역은 1년에 97만 원,
읍면지역은 73만 원을 넘기 때문입니다.

<하형숙 / 제주시 건입동>
"100만 원이란 돈도 부담스럽고 그렇게 한다는 게 안 맞는거 아닌가요. 차를 세우려고 100만 원이라는 돈을 내야 하는 게 납득이 안돼요."

도내에 임대 가능한 차고지는
공영과 사설 주차장을 포함해 130여 곳.

<조승원 기자>
"임대 가능한 차고지를 보여주는 사이트입니다.
한림읍 관내에도 4곳이 있다고 나와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한참을 이동하자 민가를 벗어나 축산 시설로 들어섭니다.

<조승원 기자>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고 있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도를 따라 도착했지만 차고지는 보이지 않고
주변에는 양돈장만 밀집해 있습니다.
행정에서 제공하는 차고지 정보를 믿어도 되는 건지
신뢰감에 의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주변에는 온통 목초지와 양돈장뿐,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경철 / 한림읍 금악리장>
"누가 가겠어요 안 가지. 그냥 증명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차고지 증명제를 하는 게 차고지를 갖추라는 건데 이건 갖추는 게 아니잖아요."

임대 가능하다는 다른 곳도 찾아가 봤습니다.

리사무소라고 표시돼 있지만
정작 마을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모 마을 관계자>
"(임대 가능한 차고지로 나와 있는데 혹시 아시는 내용입니까?) 임대해준 적도 없고
도장 찍어준 적도 없는데. 그걸 누가 올려요? 말이 안되지…"

임대할 수 있는 차고지가 넉넉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거주지가 한림읍 명월리라면
반경 1km 이내에는 임대할 수 있는 차고지가
한 곳도 없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2년 반 전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해 온
제주시 동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구도심의 경우 오래된 집들이 밀집해 있고
진입로는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습니다.

<조승원 기자>
"수 십년에 걸쳐 지금의 주거지 형태가 굳어진
제주시 원도심에는 개인 차고지를 새로 갖출만한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차고지를 확보하기 힘들고
임대할 곳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편법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증명용 임대 차고지라고 적혀 있지만
출입할 수 없게 막혀 있고
주차된 차는 한 대도 없습니다.

<부지 소유자 지인>
"대로변에 거리가 있는 사람들인데, 증명할 토지는 있어야 하니까
11명 정도 신청했대요. 실제 거기서 주차하는지는 확인 안되고…"

행정이 임대 차고지 공간과 같은 기본적인 준비 없이
무턱대고 증명제를 확대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오명필 / 서귀포시 중앙동 주민자치위원장>
"임대할 수 있는 공간들이 확보된 다음에 정책을 해야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여론도 그렇고요."

<박원철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도민들의 혼란이 있고 불편이 가중된다면 의회는 집행부와 얘기를
통해서 유예기간을 더 갖는다든지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겠죠."

이달 들어 1천 200여 대가 차고지 증명을 받은 데 이어
2022년부터는 소형 차량까지
모든 범위로 확대되는 차고지 증명제.

<조승원 기자>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책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준비 부족과 주민 혼란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섣부른 정책은 행정 신뢰를 떨어뜨리는 만큼
제도 개선과 함께 충분한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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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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